의료법 톺아보기 7
법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이 만들다보니 때로는 모순된 조항이 들어가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의사와 관련이 깊은 의료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항은 해석이 애매하고 어떤 것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LKpartners(엘케이파트너즈)는 의료법의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의료법 톺아보기'를 통해 애매한 법률조항을 명쾌하게 풀어본다. < 편집자주 > |
서울의 유명병원에서 정형외과 교수로 근무하는 A씨는 의국 동기인 B씨와 저녁을 먹으며 의대 홈커밍데이 준비로 만나 의대시절 얘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A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B씨가 최근에 전과자가 됐다면서 한숨을 내쉬며 소주잔을 입 속으로 털어 넣는 것이 아닌가. 부모님 때문에 일찌감치 시골로 내려가 병원을 잘 운영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전과자가 웬말인가.
자초지종은 이랬다. B씨가 개원한 병원은 면적이 넓은 면에 소재하고 있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주변의 노인분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다른 도시에서 개원한 동기에게 물어보니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셔틀버스 운행이 가능하다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B씨는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승합차량도 가지고 있었고, 운전을 담당할 직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곧바로 해당 군에 셔틀 승인 신청을 했고, 담당 직원으로부터 좋은 일 하신다고 하면서 별일 없이 승인이 날 테니까 셔틀을 운행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공무원의 말을 믿은 B씨는 1주일 정도 셔틀을 운행했고, 노인분들로부터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어 좋다는 칭찬을 들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로부터 1주일 후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셔틀 운행 승인이 나지 않았으니 운행을 중단하라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초지종을 몰랐지만, 의사 출신인 군수가 승인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뒷이야기를 훗날 사석에서 들을 수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로부터 의료법위반 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왜 그러냐고 하니 차량을 가지고 환자를 유치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B씨의 항변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검사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은 알겠지만 법위반은 맞으니 벌금내라는 것이었다. 결국 B씨는 벌금을 납부하고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B씨의 얘기를 들은 A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은 서울 시내에 있고 지하철역에서 가까운데도 셔틀버스를 운행하는데, 시골에서 환자들을 위해 승합차량을 운행하려 해도 못하게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나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판단의 여지를 자치단체의 장에게 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의 취지는 퇴색되어 환자의 편의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B씨의 경우처럼 해당 지자체와 의료기관의 관계, 의료기관의 지위, 기타 지자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승인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자의 편의는 사실상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B씨와 같은 불합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승인권한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권한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