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헬륨 공급 부족…MRI 대란 오나?

의료용 헬륨 공급 부족…MRI 대란 오나?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2.08.07 17:3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시장 헬륨 고갈로 MRI 촬영 중단 우려...정책적 차원 대책 마련 시급

▲ MRI(자기공명영상)는 X선을 이용한 X선 촬영이나 CT와는 달리 자기장과 고주파를 이용하므로 인체에 해가 없다. CT는 인체를 가로로 자른 횡단면 영상이 위주지만 MRI는 환자의 자세 변화없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횡축·세로축·사선 등의 영상을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
최근 헬륨부족현상이 국내외적으로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헬륨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용접·레이저와 함께 의료계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중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MRI에 헬륨이 사용되면서, 자석을 극저온으로 냉각시켜 초전도 성질을 유지 하고 있다. 헬륨 파동으로 인해 MRI가 공급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헬륨 생산,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
헬륨은 공기보다 가볍고 다른 원소들과 반응하지 않는 비활성기체여서 폭발할 위험이 없다. 끓는점이 가장 낮고, 절대온도에서도 얼지 않는 특별한 화학원소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부터 첨단과학 산업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쓰이고 있다. 특히 의료계와 반도체 등의 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재이다.

하지만 지구 대기 중의 헬륨량은 0.0005%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 중에서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주 희귀한 자원이면서, 쓰임새는 중대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헬륨은 천연가스전에서 얻어진다. 세계의 거대 석유화학 회사들은 천연가스전 개발을 통해 부산물로 헬륨을 획득한다.

이렇게 생산된 헬륨은 가스메이커에 넘겨져 정제 과정을 거친 뒤 다른 나라에 판매한다. 우리나라는 헬륨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어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가스전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서, 헬륨을 추출해내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최대 생산국인 미국이 국가전략물자로 통제하면서 비축해 놓고 있는 액체 헬륨도 2015년 이후에는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대부분의 헬륨은 미국·알제리·카타르·러시아·호주·캐나다 등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헬륨플랜트들이 그동안 유지보수를 미뤄오다 최근 한꺼번에 몰리면서 생산량이 일시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카타르와 알제리는 헬륨 생산 공장의 노후화로 인해 주요 헬륨 공장이 폐쇄될지도 몰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헬륨 부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태로 대만의 경우에는 이미 몇몇 반도체관련 제조업체가 헬륨공급부족으로 인해 공장가동을 멈췄으며, 국내 업체에서도 헬륨 부족으로 가동중단 위기에 처하게 됐다.

MRI 업체…근본적 해결책 없어 고민
헬륨 공급 부족 문제가 장기화 되자 MRI 의료기기 업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MRI 업체인 A 관계자는 "MRI는 일정 시기가 되면 헬륨을 리필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보통 500~750리터씩 주입했다"면서 "헬륨 파동으로 인해 현재는 250리터로 줄이는 등 최소한의 헬륨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그동안 헬륨 부족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 되긴 했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사태는 처음"이라며 "우선은 급한 병원부터 헬륨을 공급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MRI 업체인 B 관계자는 "헬륨 자체의 공급을 늘릴 수 없어서 한계가 있다"면서 "본사차원의 헬륨공급을 요구하거나, 공급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헬륨 부족 사태가 심각하지만, 각 기업별로 개별적인 조치만 세울 뿐, 국가적인 조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는 "헬륨은 의료계에 이어 반도체 등 우리 산업에서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정부의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헬륨고갈에 따른 대처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MRI는 뇌종양·허혈성 뇌경색·뇌출혈·뇌감염·뇌 기형·퇴행성 뇌질환·척수종양 및 다발성 경색·자궁경부암·전립선암 등을 주로 검사하는데 사용한다.
헬륨 부족이 중단 사태로 이어진다면, MRI를 사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수입 MRI 업체인 C 관계자는 "최악의 사태가 온다면, MRI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면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업체들 스스로 헬륨 공급량을 줄이고 있지만,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헬륨을 사용하지 않는 MRI도 있지만 그런 MRI의 경우에는 성능이 많이 떨어지며, 현재는 판매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헬륨이 사용되는 MRI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CT나 또 다른 장비 역시 각자 요구하는 성격과 사용할 수 있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MRI를 대신할 수 있는 장비는 없는 실정이다.

대학병원서 MRI를 직접 사용하고 있는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얼마전에 MRI에 헬륨을 보충하려 했을 때 2~3주 정도 지연이 되면서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헬륨 부족사태가 심각해진다면 병원들마다 헬륨보충  문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MRI를 이용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면서 "헬륨문제에 대한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