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처방·청구 시대에 환자명부는 손글씨로?

컴퓨터 처방·청구 시대에 환자명부는 손글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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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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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톺아보기 9

법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이 만들다보니 때로는 모순된 조항이 들어가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의사와 관련이 깊은 의료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항은 해석이 애매하고 어떤 것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LKpartners(엘케이파트너즈)는 의료법의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법 톺아보기'를 통해 애매한 법률조항을 명쾌하게 풀어본다. < 편집자주 >

▲ 정성연 변호사(법무법인 LKpartners)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왜 조사를 하는지 물어 보니,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이미 예정된 기획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사 팀은 보건복지부 사무관 1명·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직원 1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속 직원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평원 직원이라는 여자 분이 6개월 치 차트를 USB에 복사해 옮겨 달라고 해 그대로 전해주었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공단 직원이라는 분은 별도로 환자명부를 내어놓으라고 했다.

A원장이 "그런 것 없다"고 했더니, 공단 직원이 "의료법에 의하면 환자명부를 작성해서 5년간 보관하도록 되어 있는데 당신은 왜 작성도 하지 않고 보관도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닌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 법률을 찾아보았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 정말로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이하 "진료기록부등"이라 한다)을 갖추어 두고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

고 나와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부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존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관련 시행규칙을 보았더니 제15조 제1항에 "의료기관의 개설자 또는 관리자는 진료에 관한 기록을 다음 각 호에 정하는 기간 동안 보존하여야 한다. 1. 환자 명부 : 5년"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환자명단이 필요하면 엑셀 프로그램으로 금방 정리해서 만들어 드릴 수 있다고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은 물론 자격정지 15일이라는 것이었다. A원장은 어이가 없었다.

"개원의들한테 전부 물어봐라. 환자명부를 작성하는 사람이 있는지. 요즘에는 다들 컴퓨터를 이용해서 처방하고 청구하는데, 누가 옛날 방식으로 종이에다 환자명부라는 것을 작성하는지"라고 강하게 항의하였으나, 현행법을 위반했고 이를 확인했으니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시대가 변한만큼 '환자명부'에 대한 내용은 조속히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보더라도 '진료에 관한 기록'에 환자명부가 포함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더욱 황당한 것은 진료에 관한 기록을 작성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격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이 내려짐에 비해, 보존하지 않을 경우에는 1개월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이다.

작성하지 않은 것보다 작성한 것을 보존하지 않는 것이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일인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조속한 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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