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 80% 예방한다" 10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의협신문 공동 기획
심뇌혈관질환은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며, 사망 이외에도 이 질환으로 인한 장애·생산력 감소·의료비증가 등으로 세계적 보건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심뇌혈관질환은 전체 사망원인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고혈압·당뇨병 등 선행 질환의 유병률 및 진료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 다행히 고무적인 것은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인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의 조절과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80%이상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비감염성 만성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UN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WHO에 2012년 말까지 ▲각국의 실정을 반영해 만성질환에 대한 대책 및 모니터 계획 수립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세계적 목표 권고안을 마련하는 내용의 정책 헌장이 채택됐다. UN이 2001년 전염성 질환인 '에이즈 퇴치'를 보건정책목표롤 삼은 바 있지만 10년만에 '만성질환 관리'로 목표를 바꾼 것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문제가 인류건강을 더 위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The Lancet에서도 2005년부터 비감염성 만성질환의 주요 연구진들로 The Lancet NCD Action group을 구성,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에 대해 건강형평성·약물치료·의료제도 등 다각적인 측면을 연구하고, 나라별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연재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예방과 관리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의협신문>은 예방 및 임상의학자와 보건학자들로 구성된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와 손잡고, 심뇌혈관질환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학술기획시리즈를 마련한다. |
질병 위험도 평가의 의미
근래 심뇌혈관질환 예방 분야에서 주목 받는 연구 주제로 질병 위험도 평가가 있다. 질병 발생 위험도는 학문적 가치 뿐 아니라 임상적 의사 결정(clinical decision-making)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최선의 맞춤예방 전략을 세우려면, 먼저 개인의 질병 발생 위험도를 추정하고 여러 가지 가능한 대안들의 이득(benefits)·위험(risks) 및 비용(costs)을 비교해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들을 찾아내 질병 예방에 크게 기여한 프래밍험 연구(Framingham Heart Study)는 질병 위험도 평가 분야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개인의 향후 10년간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도를 계산하는 프래밍험 위험도 점수(Framingham Risk Score)가 개발된 이후로 여러 가지 버전의 심혈관질환 예측 모형이 개발됐다.
질병 위험도 평가는 여러 가지 위험요인의 건강위해정도를 하나의 지표로 통합함으로써 고위험군 선별 및 관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농도가 200mg/dl인 사람이 다른 위험요인이 없고, 10년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미만이라면 바로 약물치료를 하기보다는 생활습관개선을 통한 관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농도가 200mg/dl로 같더라도 다른 위험요인이 동반돼 있어 10년 심혈관질환위험도가 20%를 넘는다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적극적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 도구
프래밍험 위험도 점수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 방법이다. 프래밍험 연구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관상동맥질환·뇌졸중·당뇨병·심부전·고혈압·심방세동·뇌졸중·심방세동 등의 개별질환의 위험도는 물론 전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공개돼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위험요인 범주에 따라 부여된 점수를 합하는 방법으로 누구나 성별·나이·총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혈압·당뇨병·흡연 상태만 알면 10년간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도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0세 남자(5점)이고 총 콜레스테롤 220mg/dl(1점)·HDL-콜레스테롤 48mg/dl(0점)·수축기/이완기혈압 145/90mmHg(2점)·당뇨병은 없고(0점)·담배를 피운다면(2점) 위험도 점수 합계가 10점으로 10년간 관상동맥질환 발생 가능성이 25%이다. 이 사람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므로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대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국립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NCEP)에서도 이와 비슷한 위험도 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계산된 위험도 등급에 따라 차별화된 콜레스테롤 치료 지침을 제공한다.
NCEP 웹사이트에서는 나이·성별·총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흡연여부·수축기혈압·고혈압치료 여부 등을 입력하면 곧바로 10년간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계산해 보여 준다. 계산된 10년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20%를 넘으면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동일한 그룹으로 분류되어 적극적인 치료가 권고된다<표 1>.
위험도 범주 | LDL-콜레스테롤 | Non-HDL-콜레스테롤 |
관상동맥질환환자 또는 10년 위험도 >20% | <100 mg/dl | <130 mg/dl |
10년 위험도 <20%, 주요 위험요인 2개 이상 | <130 mg/dl | <160 mg/dl |
10년 위험도 <20%, 주요 위험요인 1개 이하 | <160 mg/dl | <190 mg/dl |
< 표 1>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른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
(자료원: Third Report of the Expert Panel on Detection, Evaluation, and Treatment of High Blood Cholesterol in Adults, NCEP ATP III)
최근 개발된 심혈관질환 위험도 가운데에 레이놀즈 위험도 점수(Reynolds Risk Score)가 있다. 레이놀즈 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레이놀즈 재단과 미국국립보건원의 연구비 지원으로 개발한 도구이며, 온라인 상에서 10년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계산할 수도 있다.
레이놀즈 점수는 프래밍험 점수에는 없던 염증지표와 가족력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가족력은 60세 이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부모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염증지표로는 혈액내 C-reactive protein (CRP) 검사 결과를 이용한다. 그러나 CRP 검사가 심혈관질환 예측력을 별로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있다. CRP 검사결과가 있다면 레이놀즈 위험도 점수를 활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로 CRP 검사를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 위험도 평가시 유의사항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추정했더라도, 여전히 개별 위험요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병 위험도가 같더라도 흡연처럼 부작용 없이 교정가능한 위험요인과 나이나 가족력처럼 교정불가능한 위험요인·당뇨병처럼 약물치료가 필요한 위험요인은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30대 젊은 남성이라면 질병위험도는 낮게 추정돼 대부분 저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남성이 계속 담배를 피우면 평생 암이나 순환기질환에 걸릴 상대적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금연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 여러 가지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을 경우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위험요인 또는 핵심적인 위험요인이 있는지를 평가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복부비만과 함께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지방간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은 체중을 정상화시키지 않고 다른 위험요인만을 관리하는 것은 근본적인 예방대책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외국의 위험도 평가 도구를 국내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구세어 개발된 위험도 평가 도구를 우리나라 사람들에 적용하면 실제보다 질병 위험이 더 높게 평가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 모형을 국내 상황에 맞게 재보정하거나 처음부터 국내 역학연구자료로 개발한 위험도 평가 모형들도 있다.
그러나 국내 질병 위험도 모형들은 아직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위험도를 낮춘 모형을 실제 검진에 적용해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저위험군으로(10년 위험도 10%미만) 분류돼서 고위험군 선별과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 사람에 맞는 고위험군의 정의나 치료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프래밍험 점수처럼 검증된 모형으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추정하되, 추정된 발생률은 우리나라 현실보다는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예방적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것이다.
심뇌혈관질환 맞춤 예방의 미래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평가는 역학연구결과를 의료현장에 적용해 고위험군을 선별 관리해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이다.
아직까지 많은 제한점이 있지만, 국내 역학연구와 경제성 평가 결과가 축적되고 우리나라 사람에 맞는 고위험군의 정의와 치료지침이 확립되면 가까운 미래에 심뇌혈관질환의 맞춤예방에 널리 활용되어 질병 부담 경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http://www.framinghamheartstudy.org/risk/index.html
프래밍험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개발된 여러 가지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관상동맥질환·뇌졸중·당뇨병·심부전·고혈압·심방세동·뇌졸중·심방세동, 전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http://hp2010.nhlbihin.net/atpiii/calculator.asp?usertype=prof 미국 국립콜레스테롤교육프로그램(NCEP)에서 제공하는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평가 도구로 기본적으로 프래밍험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개발되었다.
http://www.reynoldsriskscore.org 성별·나이·흡연여부·수축기혈압·총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혈중 CRP농도·심장병가족력 등의 정보를 이용해 심근경색·뇌졸중 등의 주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곧바로 계산하여 보여 준다. ▶대표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 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