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시민단체 "비급여 못 잡으면 가계 파탄 못 막아"
비급여 관리체계 마련→급여확대→국민 부담 감소 '로드맵'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국가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않고는 국민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 핵심 골자.
때문에 비급여 코드화를 통해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 중 필요한 항목을 급여권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여 궁극적으로 '무상의료'를 실현한다는 그림이다.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은 건강세상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20일 '비급여진료비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관리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왜 비급여 진료비인가?
남윤인순 의원은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급여 진료비 실태' 연구보고서를 인용, 2005년 기준 의과부문 비급여 진료비가 3조7730억원에 이르며 2009년에는 법정비급여만 6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급여 진료비가 환자와 가족들에게 막대한 비용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비를 관리하지 않고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없다는 주장.
특히 남 의원은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재원 비중이 OECD 평균인 71.9%에 크게 못 미치는 58.2%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급여 본인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액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비급여 진료비 관리방안을 마련, 건강보험 적정보장 및 급여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통합당 주요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 현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복지위 소속 김용익 의원과 김성주 의원도 참여, 자리를 지켰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무상의료론을 다시한번 주창하면서 "인간이 태어나서 병이 나면 고쳐주는게 국가의 의무로, 보편적 복지차원에서 국민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부담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으며,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 또한 "비급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면서 "19대 국회에서 하나하나 짚어나가 우리나라 복지가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뜻을 함께 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은 "법정 본인부담만 보자면 우리나라는 이미 무상의료에 가깝지만 비급여로 국민부담 늘어나다보니 가계 파탄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비급여 진료비를 관리하고 급여로 포함해 나가는 것, 이를 통해 국민 부담을 낮추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급여 비용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각론에서는 의견을 조금씩 달리했지만 이날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비급여 제도화(실태파악)→급여확대→국민 의료비 감소'로 이어지는 비급여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발제를 맡은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010년 현재 비급여본인부담의 규모가 14.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국가관리체계 밖에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이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와 필요항목에 대해서는 급여로 전환해 나가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행 중인 비급여 항목 코드화 작업을 기반으로, 요양기관에 해당 코드 사용을 의무화해 비급여 규모와 범위, 항목들을 명확히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국민들의 의료선택권 보장을 위해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코드화 작업 완료시까지의 공백을 고려해 일단 국민의 관심대상인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비교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며, 환자 권리보호 측면에서 비급여 진료비 직권심사제도 또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진료 항목을 급여화해 실질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다음 단계.
정 교수는 비용효과성을 급여확대의 기본원칙으로 삼되, 가계의 의료비부담과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급여확대 항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민인순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진료비 직권심사를 위한 진료비 영수증·비급여 청구내역 제출 제도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민 교수는 "수진자의 영수증 정보 제출을 제도화해 영수증을 제출한 수진자를 대상으로 직권심사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요양기관이 급여비용 청구시 비급여 내역 자료를 제출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전문가 배제한 비급여 제도화 안될 말"...정부는 신중
의료계는 우려를 표했다.
이날 의료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토론자로 초대받은 이근영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한림대의료원)은 "비급여 문제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면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무분별한 비급여 제도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급여 증가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고민도 없이, 무조건 비급여가 많으니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타당한 접근 방식이냐"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근본적으로 저수가가 비급여를 양산하는 상황이다. 제도와 관리운영의 문제는 고려치 않고 비급여 문제의 책임을 무조건 의료계에 떠넘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또한 "비급여 문제의 해법을 논하는 중요한 자리에 공급자 측 토론자가 1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유감"이라고 밝히면서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도 당사자인 의료계를 배제하고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의료정책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의료계가 논의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저버로 참여한 이상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또한 의견을 같이 했다.
이 보험이사는 "불합리한 급여와 삭감기준 등 잘못된 급여 진료비 정책이 비급여 진료를 양산했다"면서 "필요하다면 관리를 해야겠지만 규제를 또 다른 규제로 해결한다는 접근방식으로는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보험이사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할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재정"이라고 강조하면서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고 일을 추진할 경우 아랫돌 빼어 윗돌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급여·보장성 확대는 재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수준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과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배 과장은 비급여 표준화 및 정보공개·비급여 진료비 직권심사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급여 비용 고지를 통해 해결되지 않는 미비점을 보완하는 선에서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면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단계적으로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