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헬스가 나아갈 길

U-헬스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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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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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현대중앙의원장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

▲ 이현석(현대중앙의원장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

지난 17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가 불가능해 의료취약계층이 발생하고 관련 산업 발전도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원격진료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발달된 전자기술을 바탕으로 의료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주로 U-헬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에 초점을 맞춘 e-헬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관리하여 환자의 건강을 유지 발전시킨다는 개념으로 원격진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원격진료는 문자 그대로 카메라와 스크린 그리고 각종 기자재를 다루어줄 보조인력을 통하여 직접 면대면(面對面)으로 환자를 보지 않고 기계를 통해 환자를 보는 것이다. 이는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기도 하지만,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의 미세한 동작이나 비언어적 표현 혹은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위에 대한 관찰을 제대로 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감기나 배탈로 온 환자가 황달이 있을 때 조명이나 모니터 상태가 불량하거나 혹은 안구를 제대로 모니터에 비춰주지 않으면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오진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 병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를 위한 별도의 공간과 진료를 위한 의료 설비 및 화상, 청진 등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모니터 시설 그리고 이 시설을 다룰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원격진료는 미국의 특정지역과 같이 인구밀도가 낮아 차를 타고 몇 시간씩 가야 병원이 있는 곳이나 아프리카처럼 의사가 절대 부족한 지역에서 임시조치로 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U-헬스 분야는 크게 병원 서비스의 이용 편의성과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U-Hospital과 노인과 만성질환자 위주의 Home & mobile healthcare, 일반인들의 건강 유지 및 향상을 위한 Wellness로 나눌 수 있으며 이는 의료비의 절감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이다.

Home & mobile healthcare 분야에만 국한해도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미국 시장이 2006년 9.7억 달러에서 2015년 335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인텔, IBM, GE, 필립스, MS 등이 U-헬스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특히, 필립스는 2006년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고 헬스케어 및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U-헬스 프로그램을 보면 1994년 시작된 Guardian Angel은 MIT와 CHIP (The Children's Hospital Informatics Program)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모든 환자가 항상 의료진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며, 환자의 자료를 의료 기관들이 공유하며,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기간의 환자의 위험과 고통 잘 관리하면서도 과도한 비용을 피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또 다른 시스템인 Patient Advocate는 당뇨나 임산부의 식사,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을 일상생활 속에서 관리하며,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병원을 방문 시 적절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일본의 경우도 고령층의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Comet Care를 구축하였는데 이는 iPad, PDA 등 터치패널컴퓨터를 이용하여 환자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하여 중앙서버를 통해 분석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요양 인력 간 정보 공유를 통한 일정조정, 환자 변경 시 인수인계 시간 단축, 기록 문서화 시간 절감 등의 서비스 효율화를 달성했다.

이는 발달된 IT 의료 분야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환자-의사간의 진료가 아닌 환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필자는 2010년 '성인병 환자에서 에이전시 모델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제안'이라는 논문에서 우리의 발달한 전자 기술을 이용하여 만성 질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Home & mobile healthcare)함으로써 적절한 진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과 수명을 연장하고 의료 비용을 절약하며, 의료분쟁을 줄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분야를 개척할 수 있음을 제안한 바 있다.

즉, 이미 개발되어 상용화된 기술들을 이용하면 휴대전화와 같은 정도 크기의 단말기 (PDA: Personal Digital Assistant)를 통하여 환자의 식사 여부, 체중, 흡연 여부, 음주 여부 등을 기록하고 혈압, 혈당, 심전도 및 혈중 산소 포화도는 물론 청진 사운드까지 디지털화하여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선 환자가 원하는 정보를 담당 의사에게 미리 전달하여 적절한 답변을 하면서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환자의 식이 습관, 체중, 혈당, 혈압과 같은 기초 자료를 분석하여 적절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체중, 혈압, 혈당과 같은 기본 사항은 정기적으로 체크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심전도나 청진 등의 검사를 하여 전송할 수도 있다. 또 환자가 응급 상황에서 단말기의 응급 버튼만 누르면 GPS를 통해 위치파악을 하여 응급구조대를 출동시킴과 동시에 가장 가까운 병원에 환자의 병력을 통보하여 신속하게 정확한 진료를 받도록 유도할 수 있다.

특히 환자의 평소 상태를 파악하여 의료진에게 알려줄 경우 오진의 확률은 현저하게 감소하여 의료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도 독거노인이 100만 명이 넘었지만 계속 급증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사망한지 수일 심지어는 38일 만에 발견된 사례도 있는 만큼 이런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다시 말해서 이미 개발되었거나 개발 가능한 기술을 활용하여 환자 혹은 일반인에게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 최선의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 병원과 환자가 가지고 있는 단말기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에이전시 사이의 통신언어의 통일, 법적인 지원, 환자 정보에 대한 보안 그리고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의 확보와 같은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며 이것이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분야이다.

이는 기존의 병원 진료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지 병원 진료 자체를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다. 이런 노력을 통하여 국민 건강권의 향상은 물론 새로운 미래 산업분야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에서 IT기술을 의료에 접목시키려고 함은 다행이나 그 방향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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