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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위기의 산부인과 그리고 IMF

청진기 위기의 산부인과 그리고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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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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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돈(충주시보건소 공보의)

▲ 유경돈(충주시보건소 공보의)
오늘날 산부인과에 닥친 위기는 산부인과라는 한 진료과만의 문제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정책이 의료계, 나아가서 결국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압축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 바로 지금의 산부인과의원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조산원은 제외하고, 2001년 1161곳의 산부인과 의원수는 2011년 484곳으로 줄어들었고 대학병원급을 포함하더라도 1570곳의 산부인과는 10년만에 763곳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빠른 숫자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의원이 감소하는 중요한 원인은 분만에 관련된 위험은 크나 그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자연분만 환자부담 비용은 한국 54만원, 일본 625만원, 미국 661만원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자연분만 수가는 20만3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러한 보상에 비해 의료사고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어 산모 1만명당 1.5명, 신생아 1000명당 3.3명은 분만과정에서 불가피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의료분쟁조정법'은 이러한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산부인과 의사들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되어 있어 현실을 더욱 암담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점점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불과 8년전인 2004년도에는 258명의 신규산부인과 전문의가 배출된데 반해 2010년 이후로는 100명 이하로 감소 되었고, 이에 따라 산부인과 전문의 집단의 전반적인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현실 개선이 여의치 않자 전공의 수련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다른 과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이러한 어지러운 통계들과 신문기사들 사이에서 다르게 마음쓰이는 일은, 현재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다가 분만업무를 접고 여성질환, 피부미용 등으로 진료과를 변경해야는 상황에 놓인 선생님들이 대부분 40대후반에서 50대초반의 아버지세대 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통계에서 나타나듯 젊은 세대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고, 이미 은퇴하신 세대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으나, 한 가정의 가장인 세대는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불과 몇 년전 , IMF시절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할 때,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은 퇴직금으로 창업을 하거나, 그때까지 해오던 일들을 접고 전직을 해야하는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가정이 흔들리고 상처입었다. 그 당시 그런 모습들이 현재 분만실을 운영하다가 다른분야로 전직을 해야만 하는 산부인과 선생님들의 상황과 오버랩 되어 보인다면 무리한 비교일까.

위에 언급한 여러 가지 자료들 중에, 2001년 1161곳에서 2011년 484곳으로 줄어든 의원급 산부인과 숫자 통계를 보면서 그렇다면 저 통계가 보여주지 않는, 줄어든 677곳의 의원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지, 그 가정은 안녕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산부인과에 닥친 위기상황은 산부인과 내부 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내 가족의 일처럼 같이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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