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비만연구의사회장)
전세계적으로 비만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8년 현재 세계적으로 성인 10억 명이 과체중이며, 최소한 3억 명 가량이 임상적인 비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2009∼2010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36%가 비만이며, 유럽의 2008년 연구에서는 스페인·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루마니아·이탈리아 인구의 25%가 체질량지수 30 이상으로 심각한 비만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역시 2012년 조사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비만환자의 증가 속도는 1.5배로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30대와 40대 남성의 25%가, 60대 여성의 25%가 비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치료는 식이요법과 운동치료 같은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근간이지만 약물치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항목이다. 그동안 제니칼과 리덕틱만이 유일한 FDA 공인을 받은 치료제였다. 하지만 리덕틸은 2010년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새로운 비만치료제는 2012년 6월 27일 아레나(Arena)사의 '로카세린(Locacerin)'이, 7월 17일 비버스(Vivus)사의 '큐넥사(Qnexa)'가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비만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은 것은 1999년 이후 13년 만이다.
로카세린은 벨비크(belviq)라는 상품명으로 미국에서 시판될 예정이다. 벨비크는 펜플루라민과 마찬가지로 뇌 안에서 세로토닌의 작용을 흉내냄으로써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벨비크는 뇌에 있는 세로토닌 2C 수용체만을 활성화시키고, 심근에 존재하는 세로토닌 2B 수용체에는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로카세린은 7794명의 환자가 참여해 52주 동안 추적관찰한 임상 3상에서 위약(placebo)그룹에 비해 10mg, 20mg그룹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체중감소와 허리둘레 감소가 있었으며, HBA1c도 낮췄다.
그리고 체질량지수와 관련한 TG, HDL-cholesterol, HOMA-IR 같은 심혈관계의 위험인자를 개선시키고, 당뇨조절 특히 2형 당뇨병에 효과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혈압이나 맥박수는 올리지 않았다. 부작용으로는 두통·울렁거림·어지러움·입마름 등이 관찰됐다. 용량대비 로카세린 10mg 그룹보다 20mg 그룹에서 좀더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5%이하에서 관찰돼 환자순응도는 적절했다.
큐넥사는 큐시미아(Qsymia)라는 상품명으로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큐시미아는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서방정 복합체로 용량에 따라 펜터민 3.75mg+토피라메이트23mg, 펜터민 7.5mg+토피라메이트 46mg , 펜터민 15mg+토피라메이트 92mg, 펜터민 30mg+토피라메이트 400mg의 4종류가 있다.
펜터민은 식이중추에 영향을 줘 노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을 분비를 증가시킴으로써 음식 섭취를 낮추고, 토피라메이트는 GABA 수용체와 관련, 음식 섭취를 낮추고 기초대사량을 올리는 작용을 한다.
규텍사는 임상 3상에서 4500명 이상의 환자가 참여하였고 2년을 추적 관찰하였다. 56주에서 체중감소가 placebo 그룹 2.5%, 큐넥사 3.75/23 그룹 7.0%, 큐넥사 15/92 그룹 14.7%로 통계적 유의함을 보였으며 108주 연구에서 체중감소가 placebo 그룹 2.95%, 큐넥사 3.75/23 그룹 10.5%, 큐넥사 15/92 그룹 11.8%로 나타났다.
비만과 관련된 다른 질환의 척도인 혈압, hs- CRP, TG, HDL-chol. HBA1c, HOMA-IR 등에서도 고무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부작용은 손발저림(paresthenia)·입마름·변비 등이 있었고, 용량 의존적이었으나 전체 환자 5% 미만으로 환자순응도 또한 적절했다.
결론적으로 2가지 비만 신약이 나온 것은 분명 환영해야 할 일이고, 향후 한국에서도 분명 유용한 비만의 악물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발매도 되지 않은 이 약물들이 모든 비만환자를 해결해 줄 것이라 과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식이요법·운동치료 등 생활습관 교정치료를 통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당뇨병·고지혈증 등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질환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좀더 근본적인 치료대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만연구의사회는 28일 세종대학고 광개토대왕홀에서 12주년 기념세미나를 연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새로운 비만약물치료제는 물론 다른 치료법들에 대해 소개하고, 비만의 종합적인 접근과 근본적인 치료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진료 일선에서 비만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많은 동료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