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0개 병원서 의료인 자상사고 2277건
#지난 1993년 경찰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의사 전 모씨가 환사 검사에 사용된 주사기에 찔려 간염으로 사망했다.
#지난 1999년 일본에서는 주사기에 찔린 간호사가 C형 간염에 감염돼 병원측과 소송을 벌였다.
#2011년 대학병원의 청소노동자가 에이즈 환자에게 사용됐던 주사바늘에 찔려 치료제를 복용했다.
최근 의료인이 주사기 바늘이나 수술에서 사용되는 봉합바늘 등에 의한 주사침상해로 인해 B형 간염 및 에이즈 등에 감염되는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혈액매개감염자의 진료를 기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국 50개 병원에서 날카로운 칼이나 주사기 바늘에 찔린 '자상사고'가 2277건이 발생했다. 이 중 에이즈 감염우려 9건, B형 간염우려 125건, C형간염 78건으로 조사됐다.
직종별 발생률을 보면 인턴이 29.5%로 가장 높고 이어 청소원(5.33%), 간호사 (5.22%). 진료조무원(4.25%), 전공의(3.745%), 임상병리사(2.9%)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자상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주사기구를 사용하는 병의원은 42%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안전주사기 사용 의무화…정부차원 대책 마련 필요
이에 안전한 의료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안전기구 사용에 대해 매년 논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9월 법안심사에서 자상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지난해 발생한 의료사고 중 에이즈 감염 우려 의심사례가 9건이 포함되는 등 의료인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안전주사 사용 의무화 등 의료인 자상사고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주사 사용 규정 등이 대부분 권고수준에 머무르다보니 이를 이행하는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류 의원은 지난 8월 안전한 의료행위 보장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의료인에게 병원감염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기구를 우선 공급하도록 해 의료인이 안전하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병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상사고를 감염관리위원회에 보고해 병원 감염으로부터 환자 및 의료인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기구 사용 취지엔 공감…비용부담 어려움
선진국의 경우에는 안전 주사바늘을 포함한 안전 의료기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제정된 '주사바늘 안전 및 예방법'에 따라 안전의료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2009년 안전기구를 의무화하도록 합의하고 국가별 의무화 절차를 2013년 내로 완료할 예정이다.
대만의 경우에는 응급실 위주의 보험급여를 지난해 12월 전면적으로 확대사용 하도록 법제화 했으며, 일본도 안전주사기 사용에 대한 보험급여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맞춰 안전주사기 사용 의무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도 사용 취지를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안전주사기 단가는 500~2000원으로 일반 주사기의 10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안전주사기 사용을 의무화 할 경우 의료기관의 재정적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에서 지원에 대한 구체적 조항 없이는 의료기관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의료기관장에게 부담을 시키면 차후 의료제공을 못하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 접근 제안…노동자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이에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환자가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응급실이나 HIV 등 혈액으로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을 다루는 곳 부터라도 안전주사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주사기 사용 의무화는 '비용'문제보다는 병원내 노동자의 '인권'이나 '윤리'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의료기기 관계자는 "전면 의무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하고, 인식개선을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