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국민운동 전개' 없던 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병원협회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국민운동으로 전개한다'는 내용의 수가협상 부속합의 사항을 결국 수정키로 했다.
공단과 공급자단체간 부속합의 문구가 재수정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
양측은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수가협상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국민운동으로 전개한다'는 내용이 부속합의 사항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에 따라 병협과 협의를 거쳐 해당 문구를 수정키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선진통일당 문정림 의원은 24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있었던 수가협상에서 공단과 병협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등 국민운동을 전개한다는 내용의 부속합의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국민들이 돈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국가가 스스로 헌법에 보장된 국가의 생명보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만약 이 표현대로 부대조건이 제기되었다면 극히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많은 의견을 모아야 하는 일이다. 사실이라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부속합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31일. 결국 양 단체가 합의했던 부속합의 내용이 변경됐다.
공단과 병협은 협의를 거쳐 '협회는 만성질환 예방 및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등 국민운동을 전개한다. 단, 목표 지표를 설정하고 그 성과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부속합의를 '협회는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한 노후를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한다…'는 문구로 최종 수정키로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양 단체가 합의했고, 건정심까지 통과한 사안이 하루아침에 뒤짚혔다"면서 "정부는 그 동안 양 단체가 합의사항이므로 수가협상 부대사항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며, 건정심 결정사항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의료계를 압박해왔으나, 이번 일로 모든 명분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공단과 수가협상을 체결한 단체들은 부속합의에 따른 인센티브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인상률을 얻어갔다"면서 "부속합의 내용이 수정되었다면, 이를 전제로 결정된 수가인상률도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조치는 수가협상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부와 공단 스스로 증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제도발전을 위해 결정한 부속합의가 또 다른 논란의 단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법률자문 및 협회와의 합의를 거쳐 문구 수정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지난 29일 재정운영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보고하는 등 절차적으로 문제될 사안도 없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