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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전공의 수련의 개혁은 전공의 부터!

청진기 전공의 수련의 개혁은 전공의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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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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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R1)

▲ 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R1)

찬바람이 슬슬 불어오는 요즘 수련병원에서는 각과별 내년도 1년차 전공의 모집이 한창이다.
현재 전공의 1년차로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수련환경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다른 시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동안 수련환경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으로는 살인적인 당직, 100시간이 넘는 주당 근무시간, 평균 근무시간 대비 급여의 불합리, 당직비 및 수당 미지급 등 주로 갑과 을의 병원과 전공의 사이에서의 종속관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입원 환자 대비 턱없이 부족한 전공의 숫자와 높은 근무 강도, 수련병원 내 당직 전담 등의 문제는 분명히 병원 측의 고용과 관련된 주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간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수익보전을 위해 고용을 줄이고 인력의 효율을 높여 인건비를 줄인 형태를 유지해 온 병원의 입장에서는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저비용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전공의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공의가 없는 흔히 말하는 기피과에 대한 수련병원에서의 해결책이 인턴의 주치의 근무와 PA 양성인 것을 보면 이러한 씁쓸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다른 시각은 갑과 을의 관계인 병원과 전공의의 문제가 아닌 전공의 내의 문제이다. 각 년차별 근무강도에 대한 재해석에 대한 이야기이다.

1. 지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전공의 3·4년차의 당직 지정 가능에 대한 문구를 놓고 전공의 협의회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문구는 삭제가 되었지만 당시에 상당히 큰 의문이 들었다. 만약 3·4년차가 아닌 전공의 당직지정 가능이었다면?

현재 대부분의 응급실 당직을 맡고 있는 전공의는 1·2년차에 할당되어 있다. 현 당직체계와 변할 것이 없는 문구의 삽입이 전공의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인가.

실제로 당시에 (필자는 군대를 먼저 다녀온 관계로) 이제 막 수련을 마친 공보의를 하고 있는 학교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대부분의 반응이 "1·2년차 때도 응급실 당직 섰는데 3·4년차 때도 또 서라고? 에이 누가 가만히 있겠어?"였다. 바꾸어 얘기하면 그냥 하던대로 1·2년차가 응급실 당직을 한다면 3·4년차는 별상관 없을 거라는 얘기고, 그렇다면 이렇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2. 각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의 전공의 모집 게시판을 보면 아직 Apply를 정원만큼 받지 못한 의국들의 모집글들을 볼 수 있다. 몇해 동안 지원한 전공의가 없었던 의국들은 당직 개수의 현실화, 급여의 적정화(지원금 포함) 등을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1년차 풀당직이 아닌 주당 2~3개 정도의 당직, 매달 주말 오프 몇 개 보장, 공식적 급여 이외에 추가 수련지원금 지급 등. 어찌 보면 새로 입국하는 1년차가 되려 윗년차들보다 QOL(Quality of life)가 더 좋아 보이는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충분한 숫자의 의국원을 가진 의국이라면 오히려 수련환경의 개선이 쉬울 수 있다. 다만 고년차의 희생이 감수되어야 하겠지만. (필자가 속한 의국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련 시스템에서 저년차 특히 이른바 '1년차 독박시스템'을 가진 의국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물론 짧게 저년차 때 일과 의학을 배우는 동안 고생하고 고년차가 된 후 편한 QOL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진짜 수련의 '질'을 원한다면 적절한 로딩의 분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일단 나 편하자고 아랫연차로 일을 내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00시간이 넘는 주당 근무시간이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모두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전공의의 수련환경에 대한 문제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의 인건비와 노동강도의 상호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무 강도의 쏠림현상 정도는 전공의 내에서 충분히 조정 할 수 있는 문제이다. 몇일씩 잠 못자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요즘 말하는 "멘붕" 상태로 일하고 배우고 싶은 전공의는 없다.

내가 그렇게 수련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의 수련 방법은 아닐 것이다. 더 나은 수련환경을 원하는 당신!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1년 1년 지나면서 고년차가 됐을 때 뭔가 아래연차 때 힘들었던 일들을 조금씩 더 나눈다면 전공의 수련환경이 조금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

▶ 에필로그 ◀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수련병원 내 고용의 변화가 필수다. 교수 및 스텝(fellow)과 전공의 밖에 없는 의사 인력은 전공의 인력 수급정도에 따른 Risk가 존재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를 Buffering할 수 있는 인력, 즉 Pay doctor(봉직의사)가 있어야 한다(봉직의사는 Fellow 와 같은 Subspecial training이나 교수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보직이 아닌 실제 진료와 치료를 전담하는 보직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가를 가지고는 이와 같은 인력의 고용 창출이 어렵다. 또한 수직적인 교수·전공의 관계에 수평적 봉직의사가 들어가는 새로운 고용문화의 변화가 전공의의 수련환경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상적인 수련 병원의 고용체계는 이러한 수직적 수평적 관계가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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