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장 내민 '비리어드' vs 방어전 치르는 '바라크루드'
만성 B형 간염치료제 시장에서 골리앗들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BMS제약의 바라크루드(성분명:엔테카비어)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비리어드(성분명:테노포비어)의 싸움이 바로 그것.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5년째 되는 바라크루드는 올해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위자리 굳히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를 능가할 효능과 효과를 가진 비리어드가 12월 1일부터 본격 출시되면서 두 제품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바라크루드가 방어전에서 승리를 할 것인지, 도전장을 내민 비리어드가 새로운 타이틀을 차지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방어전 치르는 바라크루드 잔뜩 긴장
먼저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BMS제약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BMS제약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비리어드가 출시되기 10일전에 이사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얼라이프데이터를 발표하면서 바라크루드의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 및 낮은 내성 발현율을 강조했다. 또 아시아 환자와 유럽 환자의 유전학적 차이에 따른 B형 간염치료제 간의 내성 발현을 비교한 데이터도 발표했다.
김명훈 BMS제약 상무는 "최근 발표된 홍콩 리얼라이프데이터에서는 5년간 0.6%의 누적 내성발현율과 98.9%의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안전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일본 리얼라이프데이터에서는 5년간 0.4%의 누적 내성발현율을 나타냈다"며 "바라크루드는 아시아인들 대상으로 임상뿐만 아니라 실제 처방 사례에서도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낮은 내성발현율, 그리고 안전성을 입증한 약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BMS제약이 강력한 바이러스 효과와 내성발현율 0%를 자랑하고 있는 비리어드의 도전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리어드가 임상연구결과 내성발현율이 0%를 보였지만 실제로 환자들에게 처방을 하면 내성발현율 0%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비리어드도 실제로 처방을 하면 내성발현율이 올라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난 5년간 아시아 환자들에게서 낮은 내성발현율을 보인 바라크루드가 더 안전하다는 것.
▶제픽스·헵세라 내성 환자…비리어드 효과 없다?
스티븐 로카르니니 연구소장(호주 빅토리안 감염연구소)은 "아시아인은 유럽인과 다른 유전자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치료제를 사용해 치료를 하더라도 서로 다른 효능 및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인과 유럽인 총 1263명의 만성 B형 간염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서 유전자형 A·D가 많은 유럽 환자들에게서는 뉴클레오사이드 계열인 라미부딘(제품명:제픽스) 내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유전자형 B·C가 많은 아시아 환자들에게서는 뉴클레오타이드 계열인 아데포비어(제품명:헵세라) 내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명훈 상무는 "뉴클레오사이드 계열(바라크루드·세비보·제픽스)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뉴클레오타이드 계열(헵세라·비리어드)로 바꾸는 것이 좋고, 뉴클레오타이드 계열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뉴클레오사이드 계열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B형 간염환자들은 처음에 1차 약제인 제픽스를 대부분 복용한 경험이 있고, 제픽스의 높은 내성발현율(5년 복용시 80%) 때문에 이차적으로 다른 계열의 약물인 헵세라와 병용을 했는데, 헵세라와 같은 계열의 약물인 비리어드를 또 다시 복용할 경우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리어드를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픽스 내성 환자서 바라크루드 복용 내성발생률 높여
BMS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다른 의견이다.
방지훈 길리어드 사이언스 이사는 "실제 제픽스 내성 환자에서 헵세라 단독요법은 헵세라에 대한 추가적인 내성을 발현시키고, 바이러스 돌파현상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또 "바라크루드 단독요법을 장기간 지속할 경우 6년 동안 내성 환자를 약 57% 추가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제픽스 내성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제픽스에 대한 교차내성 방지를 위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난 뉴클레오타이드 계열의 약인 비리어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가진 환자들도 비리어드 한 가지 약제만으로 간염 바이러스 억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병용요법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B형 간염치료제 병용요법에 대한 보험급여기준(2013년 1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롭게 변경되는 보험급여 기준에서는 제픽스에 내성이 확인된 경우 바라크루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헵세라에 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바라크루드 1㎎을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제픽스와 헵세라에 모두 내성이 있을 때에는 비리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비리어드는 헵세라·제픽스·바라크루드·세비보 등으로 내성이 생겼을 때 병용투여할 수 있어 바라크루드보다 한 수 위임을 보여주고 있다.
▶신독성과 심혈관 계통 질환에 대한 논란의 진실은?
비리어드의 신독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심혈관 계통 질환을 고려할 때 비리어드보다 바라크루드를 복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독성과 심혈관 계통 질환에 대한 문제제기는 BMS제약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명훈 상무는 "신장으로 약이 배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바라크루드가 더 좋다"고 말했다. 또 "B형 간염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할 때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을 고려해야 하는데, 심혈관 계통 부작용으로 약을 끊는 경우가 없는 바라크루드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방지훈 길리어드 사이언스 이사는 "비리어드의 신독성 문제가 과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이사는 "HIV 환자에서 헵세라가 신독성 문제가 있었는데, 헵세라를 만든 길리어드 사이언스에서 이번에 내놓은 비리어드는 신독성 문제가 1% 내외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신독성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1차 약제로 권고를 받았다"며 "신독성 문제를 자꾸만 제기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 이사는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가 당뇨나 혈압 등 심혈관 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다"며 "BMS에서 제기한 문제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광협 연세의대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도 "헵세라는 신독성 문제로 인해 용량을 적게 복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했지만, 비리어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뇨, 고혈압, 간염치료제와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제는 장기적 투약에 대한 안전성이 중요한데, 비리어드가 1차 약제로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크게 우려할 부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비리어드 강력함에 바라크루드 1위자리 내주나?
5년째 우리나라 B형 간염치료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BMS는 12월 1일 출시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비리어드에 당분간 1위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비리어드의 강력한 효과 때문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BMS제약은 비리어드의 강력한 내성효과, 바이러스 억제효과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리어드가 출시되기 전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비리어드의 효과에 흡집을 내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내성발현율이 절대로 0%대가 될 수 없고, 제픽스와 헵세라를 복용했던 환자들에게 비리어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은근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 비리어드는 주로 유럽에서 연구를 진행했지만, 바라크루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리얼라이프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 시장에서 바라크루드가 더 신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B형 간염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환자들은 바라크루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비리어드라는 또 다른 약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흡집내기 마케팅 전략은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B형 간염치료제 시장에서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가 소모전보다는 탄탄한 임상에 근거한 진검승부를 펼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