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의학이 내 일터라면 시는 쉼터이고, 의학이 치열한 생존에의 전장이라면 문학은 가도 가도 황토길옆 오솔길에 쌓인 낙엽더미에의 향수입니다.”
시 부문에서 제1회 `의사문학상'을 수상한 이병화 시인(지방공사 인천의료원장)은 `왜 시를 쓰는가?'라는 질문에, `문학의 힘은 그 해답에 있지 않고 치열한 질문에 있다'라고 갈파한 시인 고 은의 선문답처럼 의사가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한 질문과 해답도 같은 맥락에서 찾고 싶다고 밝혔다.
“의학이 해부학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인간성의 진수를 문학은 시나 수필이라는 창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의학이 아픔의 실체를 외면하는 동안 문학은 그 아픔을 자기 것으로 승화해 동반자가 되기를 즐겨합니다.”
인고의 역정을 통해 문학은 자라고 또 태어난다고 설명한 이 시인은 의학을 통해 인체의 신비에 대한 경이로움을 체득하며 30여 년의 의사생활을 영위해 왔지만 의학에 몰입할 수록 인간에 대한 좀 더 심오한 질서와 존재에 대한 질문이 계속돼 철학·신앙 등을 거쳐 뒤늦게 문학을 만났다.
“문학의 본령이 해답에 있지 않고 치열한 질문에 있다는 깨달음이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깨달음이 있은 후에 비로소 자유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화자(話者)가 의술과 의학이라는 창을 통해 얼마나 육화(肉化)된 사상과 언어를 구사하는 가에 따라 의학적 시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상작인 두번째 시집 〈달리다 쿰〉(2000년 7월)은 의사인 시인 자신이 환자가 되어 심장수술을 받으며 사경을 헤맸던 체험을 통해 얻은 아픔에 대한 질문이며 해답이었다는 시인의 설명처럼, 심사위원단은 이 시집을 `좀 어수룩하고 장정 또한 현대적 세련과는 상관없이 소박하지만, 그 의고적(擬古的)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활력으로 가득차 있으며 그 활력의 동인은 환자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의사로서의 사심없는 진정성'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교과에 문학강좌가 늘어나고 의사들의 문학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이 시인은 1962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인천적십자병원장 등을 거쳐 10년째 인천의료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91년 수필로 등단한 데 이어 93년 〈순수문학〉을 통해 시인이 됐다. 70년대에는 의사 수필동호회인 `박달회'에서 활동했고 한국문인협회 인천지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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