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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서
청진기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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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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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충주시보건소 공보의)

▲ 권용원(충주시보건소 공보의)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시간을 발견하게 해준다. 손목시계의 바늘도, 스마트폰 배경화면에 찍히는 숫자가 아닌, 우리 자신이 참된 스스로의 모습 앞에 서는 시간 말이다.

현대인들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빠른 템포에 맞춰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느낀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 잘 하고 있는지를 일일이 돌아보지 못한다.

인류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물질적 풍유로움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지만, 시간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빈곤하다. 김윤아의 <가끔씩>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나는 살아가는 것일까? 그저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는 것조차 벅차다고 느낀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같은 제목의 책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

우리 의사 자신들도 잃어버린 시간의 피해자가 아닌지 돌아본다. 수련기간동안은 하루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고, 종종 전공의 1년차 시절 100일 당직이 통과의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수련이 끝나더라도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가족들과 시간 보내는 일마저 어렵기에,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엄청난 우선순위를 요구한다. 우리는 종종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고민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깨달음은 종종 늦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는 단순히 그동안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오늘도 똑같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허탈해하곤 한다.

많은 종교가 반복을 중요시한다. 반복 없이는 가장 쉬운 일조차, 가장 중요한 일조차 쉬 망각하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하루의 시작과 끝은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사용하게끔 가르친다.

아침과 저녁으로 경전을 읽고, 절대자에게 기도를 올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그 하루 전체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듯, 한 해의 시작과 끝도 그런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12월의 끝자락에 놓여있는 우리 자신에게 오늘은 지나간 2012년을 돌아보기 좋은 시간이 아닐까.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시간을 발견하게 해준다. 어제보다는 나은 내일을, 올해보다는 나은 내년을 생각하고, 만들어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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