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리베이트 쌍벌제로 고난의 연속

약가인하·리베이트 쌍벌제로 고난의 연속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2.12.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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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약계 뉴스 결산]

 올 한해 제약계는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와 의약품 1원 낙찰, 그리고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후 어려워진 영업 및 마케팅으로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또 다국적 제약사들이 제네릭 제품에 대한 한국시장 비중을 확대하면서 국내 제약계는 제네릭 제품을 놓고 다국적 제약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어려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43곳을 선정하고 이들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제약협회를 직접 방문,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제약 7대 강국 진입을 위한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제약계의 이슈를 정리하면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 정부 일괄 약가인하, 제약계 강타
보건복지부가 4월 1일부터 1만 3814품목 가운데 47.1%에 해당하는 6506품목의 약가를 평균 21% 인하하면서 제약업계는 초토화됐다.

일괄 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의 원외처방 조제액은 두자릿 수 이상 감소했으며, 국내 10대 상위제약사들은 연평균 600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이같은 일괄 약가인하 조치로 제약계는 일성신약을 중심으로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버렸다. 대형 제약사들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약협회는 일괄 약가인하의 부당성을 꾸준히 주장했다. 제약협회는 "정부가 보험약가를 반값 가까이 내리고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고 밝혔으나, 리베이트 근절과 약가인하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괄 약가인하만이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 리베이트 쌍벌제로 제약업계 곤욕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올해도 제약사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
특히 국내 제약사 가운데 1위 기업인 동아제약도 리베이트 문제로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제약사들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불안에 떨었다

올해에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해당 품목에 대한 약가가 처음으로 인하됐는데, 건일제약, 한국오츠카제약, 진양제약은 최대 11.79%의 약가인하 조치를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리베이트 근절을 명목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도 발의됐는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제약계는 어둠의 긴 터널속을 또 다시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제약계는 리베이트 쌍벌제로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다보니 내년에는 몇몇 중소 제약사들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혁신형 제약기업 43곳 선정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신약개발 R&D 역량과 해외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판단된 제약사 43곳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동아제약·녹십자·한미약품·보령제약 등 국내사 36곳, 바이오벤처회사 6곳, 다국적 제약사 1곳이 포함됐는데, 이들 제약사들은 세제지원, 약가 결성 시 우대, 국가 R&D 사업에 우선 참여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또 혁신형 제약기업의 효력은 3년간이기 때문에 재심사를 받아야 하고, 리베이트를 하다가 적발되면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전력이 있는 제약사가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것이 논란이 됐다. 범부처 리베이트 합동 수사반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를 하다가 적발된 K제약사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당당히 혁신형 제약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얼마전 리베이트로 인한 약가연동 인하 소송에서 패소한 J제약사도 이름을 올려 문제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과정에서는 쌍벌제 도입 이전에 문제가 됐던 것까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앞으로 리베이트 전력이 있는 제약사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안전상비의약품, 11월 15일부터 편의점 판매
약사회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지난 11월 15일부터 안전상비의약품 13개 품목이 편의점을 통해 판매가 됐다.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와 관련 약사회는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오·남용의 문제로 인해 국민들의 안전한 약 사용이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 감기약·해열제 등을 구입하는데 어려운 문제가 있으므로 안전하다고 인정된 의약품은 편의점 판매를 통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맞섰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는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거친후 11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편의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은 타이레놀·판콜에이, 훼스탈, 어린이부루펜시럽 등으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전국 1만 1538곳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도가 시행된 지 보름 후에 안전상비의약품이 편의점을 통해 안정적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약사회는 무분별한 의약품 판매행위 및 무자격업소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제약협회-도매협회, 1원 낙찰과 전쟁 선포
한국제약협회와 한국의약품도매협회는 올 한해 비상식적 유통질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았다.
두 단체가 힘을 모으게 된 이유는 올해 초 보훈병원을 비롯해 여러 병원의 공개경쟁입찰에서 1원낙찰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제약협회와 도매협회는 리베이트등으로 인해 제약계의 이미지가 나빠져 있는데, 잘못된 유통질서가 제약계의 이미지 개선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이번 기회에 초저가 낙찰·공급 관행을 근절해 제약산업이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제약협회와 도매협회는 문제가 된 회원사는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최악의 경우 제명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회원사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관계기관에 고발까지 하겠다며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두 단체의 이같은 유통질서 관행 바로잡기 노력은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 이명박 대통령 사상 첫 제약협회 방문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제약협회를 방문, 일괄 약가인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계의 사기를 높여줬다.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임채민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통령에게 2020년 글로벌 제약 7대 강국 진입을 위한 5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R&D를 통한 기술혁신 ▲수출을 통한 시장 확대 및 유통 구조 투명화 ▲제약의 글로벌 경쟁규모 실현 ▲규제·제도의 예측가능성 제고 ▲인력 양성 등 인프라 구축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는 "정부의 제약산업 발전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큰 기대감을 보이면서 정부와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을 위해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제약협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만 살려줬지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주목
지난 7월 셀트리온이 관절염 치료제인 '램시마주'를 세계에서 최초로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동아제약이 얼마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뛰어든 것을 비롯해 여러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연구비는 물론 설비투자까지 하면서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것.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몰리는 이유는 시장규모가 약 1000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합성신약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보다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낮아 제약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로 바이오의약품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확실한 파이프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너도 나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합성신약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의약품도 경쟁력이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이 마구 쏟아질 경우 오히려 시장 분위기만 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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