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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작은 관심, 큰 변화

청진기 작은 관심, 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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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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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충주시보건소 공보의)

▲ 권용원(충주시보건소 공보의)

정기건강검진 결과지에 나온 이상수치 때문에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특정 수치가 정상범위 내에 있기는 하지만 약간 높거나 낮아 의사의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고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약물치료를 시작할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관리에 조금 더 신경쓰시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을 드리면 금연·금주·운동·다이어트 등의 결심을 가지고 진료실을 나선다. 건강검진은 의사로 하여금 질병의 조기발견하여 대처할 수 있게끔 해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에게는 평소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평소에 불편한 것이 별로 없이 건강에 무관심하게 지내지만, 몸은 건강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면, 증상을 통해서, 또는 건강검진결과를 통해서 이상신호를 보낸다. 건강상태에 변화가 왔다는 신호를 인지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행태를 취한다.

어떤 사람은 병원을 찾아가 의사의 진료를 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금연·금주를 결심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생식을 시작하거나 마라톤을 시작하기도 한다.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 사람들도 있고, 기도원에 들어가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이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를 논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변화는 '관심'을 가지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몸의 상태에 변화가 오면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건강해지기 위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우리는 이것을 매우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인다. 따라서, 현재 급변하는 의료환경 가운데 놓인 우리가 이러한 변화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이 의료서비스가 공급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가는 데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의사들은 의료제도의 변화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할뿐, 환자들에게 더 좋은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에도 한참 못미치는 진료수가 상승률은,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선 하루에 수십명씩 진료를 봐야만 하는 위치로 의사들을 몰아넣었다. 10년 내외의 트레이닝 끝에 산부인과나 외과 같은 메이저 과목의 전문의가 된 의사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일하지 못한채, 미용·성형수술 등의 다른 진료로 길을 돌리고 있다.

정말 의사들이 이런 것을 원할까. 사실,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의료제도나 정책의 도입과정에서 의사들의 의견은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좌절은 무기력을 낳고, 무기력은 무관심을 낳기 쉽다.

의사들 중 상당수는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를 최고의 우선순위로 두고 12년내외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다. 입학한 후에도 재시와 유급의 부담 속에서 학업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의사가 된 후에도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의술을 신성함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에서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인지, 의사는 평생 공부 외의 다른 관심사를 가지지 않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관심은 문제의 해결책도, 미덕도 아니다. 건강검진상 이상이 발견되었을때 우리가 평소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관심을 가지고 해주는 계기가 되듯, 우리의 의료현실이 열악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그동안의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은 이미 지나간 어제가 되었다. 2013년 한해가 어떨지 아무도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가 관심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를 위해서 관심을 가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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