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청진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청진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3.04.15 09:2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향주(세연가정의학과의원)

▲ 송향주(세연가정의학과의원)
"선생님 우리아이는 왜 이렇게 소심하고 에너지가 없어요?"

학교 수업을 참관하고 온 엄마의 하소연이다. 엄마는 참관수업에 대비해서 수일 전부터 훈련을 시켰지만 아이는 손 한번 들지 않았고 선생님의 눈에 띠지 않도록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조용하고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 보다 혼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이 엄마는 매우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여러 가지 과외학습을 시킬 때에도 아이와 충돌을 자주하게 되어서 엄마 자신이 매우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나는 엄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늘이 어떻게 보이나요?" 엄마는 너무 단순한 질문에 웃으면서 재빨리 대답한다. "하늘은 하늘색으로 보이죠." 그리고 같은 질문을 아들에게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 저는요 저 하늘 뒤에는 어떤 세상이 숨어있는지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는 머릿속에서 우주를 그리고 그 이상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에 말해 줄께요" 하였다.

나는 엄마에게 모자간의 서로 다른 대답을 통해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가 아니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성격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엄마의 눈에는 하늘이 하늘색으로 보이지만 아이는 하늘 뒤에 숨어있는 다른 세계를 생각하고 더 큰 우주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당신 아들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말이 적고 또한 생각을 깊이해서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깊이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문제는 말이 적은 아들이 아니고 기다리지 못하는 엄마라고…사랑은 잡은 손을 놓지 않되 함부로 잡아끌지 않는 것이며 그 사람의 색깔과 나의 색깔과의 조화있는 동행임을 말해 주었다.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각각의 사고와 행동유형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유형의 성격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 만나서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불협화음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많은 갈등과 문제를 야기시켜 구성원의 삶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가족 구성원 간에 생기는 갈등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상처와 함께 가족의 해체로 이어지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서로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고 서로 다른 것임을 인정하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언제나 깔끔한 모습으로 정확하게 같은 날짜에 오는 완벽주의자인 A씨는 고혈압 환자로 10년째 고혈압 노트에 날마다 혈압을 기록해 오고 있다.

물론 혈압은 정상으로 잘 조절되지만 진료시에 노트를 일부러 꼼꼼히 봐주면서 칭찬을 한다. 그리고 혈압약을 처방하면서 다음에 올 때까지 일상생활에 대한 조언을 하는데, 가능한 즐거운 친구와 만나고, 오늘 꼭 이 일을 못하면 내일 해도 된다는 A씨의 자기 규칙을 가끔씩 무시하기를 주문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B는 1주일에 1∼2번씩 배가 아파서 학교에서 조퇴를 한다. 어느 날 엄마와 같이 와 내 앞에서 서로 언쟁을 높이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지각 한 번 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학교생활을 불성실하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엄마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딸도 흥분해서 "엄마가 사사건건 잔소리해대고 엄마의 스케줄대로 나를 숨도 못 쉬게 하니까 내가 아프잖아" 라며 도저히 서로를 이해 할 수가 없다고 말꼬리를 이어갔다. 또 이 모녀는 시험 때마다 공부 방법을 가지고 서로 싸운다고 했다.

엄마는 공부를 할 때는 계획을 세워 한 과목을 다 정리하고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라고 하는데 딸은 하루에 그날 하고 싶은 과목을 여러 과목씩 공부한다는 것이다. 엄마는 공부를 정신없이 하는 딸에게 자기가 공부했던 방법을 강요하고 딸은 이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과 복통 등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면 조퇴를 한다. 이로 인해 모녀간에 갈등이 반복 되면서 서로 이해 못하는 관계가 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우선 딸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딸이며 엄마가 쓰고 있는 파란색 안경과 딸이 쓰고 있는 빨간색 안경으로 같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니고 이 세상을 살고 있다. 어느 하나의 성격이 가정과 사회에서 강하게 되면 일순간은 강하고 효율적이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압박하는 주위의 공격에서 버텨낼 수 없다.

왜냐면, 가정과 사회가 갖고 있는 대응방식이 우세한 성격으로 대표되는 일률적 방법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다른 성격의 장점을 이해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사회적으로 살아가야한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특성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과 사회의 기본 기조가 구성원간의 사랑과 조화될 때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되며, 그 구성원인 우리는 사랑과 조화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또한 더욱 키워가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진료실 안에서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그 여행의 종착역에는 내안의 내가 없음을 알 수 있을까?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