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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청진기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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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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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경기 군포 현대중앙의원장)

▲ 이현석(경기 군포 현대중앙의원장)
수년 전에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 한 분이 위염으로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비교적 활달하고 진료에도 열심히 임하시는 멋진 분이셨는데, 약을 처방하면서 맵고 짠 음식이나 커피 같은 음료를 조심하시라고 설명하자 깜짝 놀라시면서 맵고 짠 음식이 해로운 것이냐고 물으셨다.

너무나도 당연한 내용을 그냥 생각없이 설명한 것 뿐인데 환자분의 반응이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내가 당황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연인즉, 이사오기 전에 30년 가까이 다니던 단골 병원이 있었는데 늘 명치 끝이 불편해서 가면 약만 처방해 줬지 한번도 맵고 짠 음식을 피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고 환자분도 맵고 짠 음식이 해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분은 설명을 드리면 그대로 실천을 하고 다음 번 진료 때 경과를 보고하는 모범 환자여서 치료 성적도 상당히 좋았다.

처음에는 황당한 느낌이었지만 나도 개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단골 환자에게 똑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게는 되지 않는다. 특히, 위염에 맵고 짠 음식이 해롭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 아닌가. 따라서 그 동안 치료했던 의사 분이 굳이 그런 설명을 할 필요를 못 느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한번은 변호사인 친구가 위내시경을 받기를 원해서 그 친구 집 근처에 있는 친한 의사를 소개를 해준 적이 있었다. 내시경에서 용종을 발견하여 떼어냈는데 그 날 밤 술을 마시고 밤새도록 복통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세상에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에 있는 사람이 용종 제거술을 하고 술을 마시다니! 너무 기가 막혀서 야단을 쳤더니 막상 당사자는 저녁에 용종 제거술을 한 사실을 깜빡 잊어버리고 술을 마셨다면서 만일 의사가 술을 먹으면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면 그런 실수는 피할 수 있었을 것 아니나고 해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핀찬을 준 적이 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있었던 일들이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것처럼 설명할 가치가 없는 당연한 내용이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생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일단 주의를 주지 않으면 무심결에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환자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또 모든 환자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단은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하면서 상대방이 잘 아는 내용은 간단히, 모르는 것 같아 보이는 내용은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흔한 질환의 경우 설명을 미리 프린트 해 놨다가 보여주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빠짐없이 설명할 수 있으며, 환자가 많이 밀렸을 때는 먼저 인쇄물을 읽고 궁금한 내용을 다음 번에 와서 묻거나 잠시 후에 다시 들어와서 묻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변호사나 대학 교수 같은 전문적인 직업을 가졌을 경우에 기본적인 지식은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공부만큼은 누구보다도 많이 했다는 의사들도 행정 서류를 작성하려면 난감한 느낌이 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경험해 보지 못하고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던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일단 설명을 하면 쉽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진료하면서 각각의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설명을 잘 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잘 못 했을 경우에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환자-의사간 대화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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