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저수가는 분배의 문제...진료량 놔두고 수가만 올릴 수야
의협, 현 협상구조 공단에 지나치게 유리...'구조개편론' 재시동
2014년도 급여비용 결정을 위한 수가협상이 코 앞에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맞붙었다. 양측의 시각차가 극명해, 올해 수가협상도 험로가 예상된다.
설전의 주인공은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원으로 참여했던 이상주 보험이사와 수년째 수가협상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공단의 한만호 보험급여실 수가급여부장.
이들은 13일 건강보험가입자포럼과 이학영 국회의원의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수가계약제 평가 및 제도개선 모색 토론회'에 각각 토론자로 참석해 수가협상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내놨는데, 문제의 진단부터 해법까지 모두 달랐다.
공단, 저수가는 분배의 문제..."진료량 놔두고 수가만 올릴 수야"
이날 공단의 한만호 부장은 의료계의 수가인상 주장에 대해, 저수가 문제는 수가 수준 자체보다는 '적절한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는데서 기인하며, 진료량 문제를 배제한 채 수가인상만을 요구하는 것 또한 부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한 부장은 "수가계약제도의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진료량과 행위량이 적정하게 설정된 상태라면 연단위로 인상률을 결정하는게 맞지만, 현재 진료비 증가 기여도를 보면 수가의 영향은 20%, 나머지 80%는 진료량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다. 수가협상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일로 전락한 것은 진료량을 (수가와) 연동하지 못하는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우리도 적정한 원가를 (알기를) 바라고, 적정보상 또한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하지만 같은 병원급 이라도 병원규모와 소재지에 따라 원가 개념이 전혀 다르다"고 밝히면서, 획기적 수가인상론에 반론을 내놨다.
유형내 불형평, 즉 분배의 문제가 저수가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와 해법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결국 공단 입장에서는 그 집단의 평균가를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기관 양극화가 심화되고 수지 적정성 넘기는 기관이 소수로 집중되어가고 있다보니 적정 수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라면서 "내부 불형평으로 인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고, 수가 적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협상 불공정성 심각..."공단 고압적 태도, 남양유업 저리가라"
의협은 협상의 불형평성 문제에 집중했다. 구조개편론에 재시동을 걸고 나선 것.
이상주 전 보험이사는 이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공정한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협과 병협 등에서 협상결렬이 잦은 것을 마치 해당 단체의 책임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이는 구조적 문제이자 공단 협상전략의 문제"라면서 "전체 급여비에서 병협이 차지하는 비중이 46%, 의원이 21.7%에 달할 정도로, 의·병협이 다른 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비 포션이 크다보니 타 단체에 비해 협상에 민감하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단의 고압적인 태도, 무리한 부대조건 요구도 협상 결렬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보험이사는 "지금의 수가협상 체계는 공단에 너무 유리하다"면서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협상이 아니라 통보다. 협상 막판까지 조정폭도 얘기를 해 주지 않는데다, 근거자료를 요구해도 보여주지를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단의 태도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남양유업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도장을 그냥 찍을래 맞고 찍을래'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도장을 안찍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면 패널티를 받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보니, 공급자가 느끼는 압박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보험이사는 공급자의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상결렬시 중재기구를 만들고 의료단체장에게도 자료접근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형별 협상, 공급자 패착" vs "의협, 유형별 협상 수혜자"
이날 의협과 공단은 그간의 수가협상과정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수가협상 문제를 바로보는 공급자단체와 보험자간 온도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주 보험이사는 이날 유형별협상 전환이 공급자에게 가장 큰 패착이라고도 언급했다. 공급자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판단이다.
이상주 보험이사는 "단일협상 때 2% 후반대에 이르던 평균 수가인상률이 유형 세분화 이후 2% 초반대로 떨어졌다"면서 "공급자 입장에서보다면 유형별 세분화 부대조건을 수용한 것은 큰 패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유형을 더 세분화하자는 주장은 받아들기이 힘들다"면서 "공급자의 협상력을 강화할 무엇인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공단은 "의원급을 비롯한 나머지 기관들은 유형별 계약 전환에 따른 수혜자"라는 논리를 폈다.
한 부장은 "병원의 경우 양(진료량)으로 충당되는 부분이 있다보니 반대급부로 작년을 제외하고는 1%대의 인상률을 제시받았지만, 병원급을 제외한 나머지 아랫쪽 기관들은 (유형별 수가협상 이후) 빈도차이에 의해 매번 평균 이상의 인상률을 받았다"면서 "다만 의원급의 경우 일차의료 쇠퇴와 기능분화 미흡으로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양으로) 충당이 안되다보니 협상이 결렬되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병원급 상대가치 점수당 단가는 67.5원, 의원은 70.1원으로 같은 일을 해도 의원이 돈을 더 받는다"고 밝히면서 "물론 종별가산을 하면 다르지만 이미 역진현상이 벌어진 상황에서 의원 수가를 더 밀어주는 것이 맞는 일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부대조건 시각도 엇갈려...2014년 수가협상도 먹구름?
한편, 이날 전문가들은 공단이 협상력 강화를 목적으로 실효성 없는 부대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상주 보험이사는 또한 "지난해 공단은 의협에 총액계약제와 성분명 처방을 부대조건으로 내놨다"면서 "상대가 뻔히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이를 부대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는데, 공단은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만호 부장은 "수치만 가지고 왔다갔다해서는 협상이 안된다"면서 "회색지대를 긍정적으로 편입을 하기 위한 논의들을 부속합의 활용하고 있으며,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상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가협상을 코 앞에둔 상황에서 양측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올해 수가협상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 공급자 단체장들과 공단 이사장은 14일 정오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으로 2014년도 수가결정을 위한 협상 레이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수가협상 마감기한은 5월 3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