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법학연구소, 범죄 원인·경중 반영할 새 기전 고민
이슈 터지면 해당직종 취업제한 추가 조치...지양해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이른바 '도가니법'상 성범죄자 취업제한 기한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정한 규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인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직종 위주로 취업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기조 또한 직업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앙법학연구소(연구책임자 이정훈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가족부의 의뢰로 진행, 최근 펴낸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및 취업제한제도 발전방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확정된 자에 대해, 형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업제한 기관은 ▲의료기관과 어린이집·아동복지시설 ▲유치원과 학교 및 학원·교습소 ▲전문체육시설과 생활체육시설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등으로, 법 적용시 성범죄 의료인은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보고서는 일단 성범죄자에 대한 취업제한 자체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으며,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나 이중처벌금지 원칙 위배 여부·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등이 법률적 쟁점이 될 수는 있겠으나 취업제한이 섬폭력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책 중 하나이며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헌법의 기본원칙을 침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견해다.
다만, 현재와 같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직종들을 취업제한 대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향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의 경우 일부 의료인에 의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의료기관 전체가 취업제한시설로 됐으며, 이후 연예기획사에 의한 연예인지망생 성폭력범죄가 이슈가 되자 대중문화예술기획업소가, 또 국토순례에 참여한 학생들을 탐험대장이 성추행한 사실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청소활동기획업소가 추가로 취업제한 대상시설에 포함됐다"고 소개하면서 "취업제한 시설의 확대가 성범죄와 관련해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의 개정이 이러한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취업제한 시설은 확대될 것이며, 종국에는 모든 관이 취업제한 시설로 지정되어야 할 상황에 도래할 것"이라면서 취업제한 조치와 관련해 원칙을 세우고 각 업무의 특성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취업제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정한 규정 또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범죄의 원인 또는 경중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경한 유형의 성범죄를 행했고 그에 상응하는 형별을 집행한 이후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통해 재사회화의 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이 효과적이겠으나, 반대로 범죄의원인이 병리적 장애에 의한 경우라면 장애요소가 치료되지 않는 한 범죄를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취업제한으로는 범죄예방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취업제한기간 규정과 관련, 성폭력 범죄자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기간을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일단 장기적인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중범죄자의 경우에는 사실상 종신에 가까운 제한조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취업제한 조치를 성범죄 중 중대한 범죄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되, 단서조항에 범죄의 원인을 명시하고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방법으로 미국 일부 주들의 사례와 같은 종신적인 취업제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대로 성범죄의 경중이나 기타 사정 등을 고려해 10년 이하의 취업제한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고려요소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제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