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급여될 경우 진료비 20% 건보 지원될 듯
비용효과성 의문 굳이 급여화해야 하나
정부가 발표한 4대 중증 질환(암, 심장, 뇌, 희귀난치성 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대거 급여되는 비급여 진료 가운데 로봇수술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로봇수술까지 건보에서 급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문제 제기다.
정부는 4대 중증 질환과 관련한 로봇수술의 경우 '비필수적 의료'로 분류해 선별급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별급여로 분류될 경우 본인부담률은 50~80%로 정해진다. 가장 낮은 급여율이 적용된다는 가정 아래 로봇수술의 건보 급여율은 20%정도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립선암 로봇수술의 경우 건당 800~1000만원 정도의 관행수가를 받고 있는 만큼 급여율이 20%로 정해지면 건보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건당 160~200만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다른 질환과 형평성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
로봇수술 급여화에 대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한정된 건보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건보 재정 운용원칙에 비춰 로봇수술까지 급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에 대한 논란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골다공증 급여기준 강화 등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 등을 예로 들면서 "로봇수술까지 건보에서 급여하는 것은 다른 질환의 급여수준과 비교할때 형평성을 크게 깨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로봇수술의 경우 고가의 진료비로 인해 여유가 있는 환자들이 급여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사회보험 성격의 건보 운영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로봇수술을 시술하는 병원 관계자 역시 로봇수술을 급여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로봇수술을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진료비를 대폭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다. 로봇수술의 경우 현재와 같이 비급여 시장에서 시장가격이 정해지는 방식으로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측은 이런 우려에 할말이 많아 보인다.
건보 재정 운용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4대 중증질환의 경우 보장률을 거의 10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대선공약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항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특정질환에 대한 진료비를 100% 보장하기로 공약하고 당선된 만큼 이제와서 로봇수술까지 급여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문제 제기는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측의 항변에 대한 재반론도 있다. 로봇수술과 같이 비용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고 대체가능한 시술이 있는 경우까지 급여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100% 진료비 보장공약을 지켜려다 너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부도 미국도 비용대비 효과 의문..급여화 신중해야
형평성 논란을 떠니 비용효과성이나 안전성 논란이 있는 로봇수술을 급여화하는 것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연구원(NECA)가 2005~2011년 실시된 로봇수술에 대해 벌인 전수조사를 결과를 최근 발표하면서 사망률이 0.09%로 다른 수술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연구방법이나 분석대상 등을 고려한 전향적 비교연구와 체계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로봇수술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로봇수술에 대한 비용대비 효과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명신 국립원주대 교수가 모매체에 최근 기고한 글에 따르면 미국 뉴욕타임즈가 지난 2월 미국의사회 공식저널인 JAMA에 실린 논문을 근거로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에 비해 치료효과는 비슷한데 비해 비용이 33%정도 더 드는 것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제이슨 라잇 콜롬비아 의대 교수는 "데이터와 마케팅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로봇수술이 기구 움직임과 통제력이나 시야 면에서 낫지만 그로 인해 수술결과가 달라진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조차 비용은 높은데 복강경 수술에 비해 효과가 낫다는 근거가 없어 논란에 시달리고 있고 보건복지부 스스로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로봇수술을 급여해야 하느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보건복지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