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19개 중 10여개 생산실적 없거나 경쟁력 상실
카나브·자이데나만 유일하게 블록버스터급 자존심 지켜

국내 제약사들이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신약을 개발했지만, 생산실적이 전무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인 제품이 10여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2년 국내의약품 생산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 19개 품목의 생산실적은 85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선플라주(항악성종양제·SK케미칼)·밀리칸주(방사성의약품·동화약품)·아피톡신주(해열진통소염제·구주제약)·슈도박신주(백신·CJ제일제당)·피라맥스정(항말라리아제·신풍제약) 등 5개 품목은 2012년 생산실적이 전혀 없었다．

특히 슈도박신주는 품목이 아예 취소됐다． 또 피라맥스정은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출시가 되지 않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엠빅스정(발기부전치료제·SK케미칼)·이지에프외용액(화농성질환용제·대웅제약)도 2012년 생산실적이 10억원을 겨우 넘겨 퇴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 놓였다．

엠빅스정과 이지에프외용액은 생산실적이 2011년 각각 30억원, 15억원을 기록했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어 지속적으로 생산실적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밖에 레바넥스정(소화성궤양용제·유한양행)과 레보비르캡슐(B형간염치료제·부광약품)은 2011년보다 생산실적이 각각 -35．6%, -72．5% 감소했는데, 다른 제약사들과의 품목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모습이다．

2011년 224억원의 생산실적을 보인 레보비르캡슐은 생산실적 감소폭이 가장 컸는데, 최근 출시된 만성B형간염치료제인 바라크루드(BMS제약)와 비리어드(길리어드)가 승승장구하는 것과는 달리 2012년 생산실적은 61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추세라면 레보비르캡슐은 생산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된다．

이처럼 10여개의 신약들이 고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게 매출을 올린 제품은 카나브정(혈압강하제·보령제약)과 자이데나정(발기부전치료제·동아제약)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이 두 제품이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카나브정은 생산실적이 2011년 139억원에서 2012년 253억원을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자이데나정의 생산실적은 2011년 180억원에서 2012년 183억원을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놀텍정(소화성궤양용제·일양약품)·슈펙트캡슐(백혈병치료제·일양약품)·제미글로정(당뇨병치료제·LG생명과학)은 2011년 생산실적이 없거나(슈텍트·제미글로정 2012년 출시) 저조했으나, 2012년 20억원대의 생산실적을 기록, 전년보다 상승세를 보여줘 기대된다．

한편, 국산신약들이 시장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미약품의 개량신약인 아모잘탄정은 개량신약 전체 생산실적(1282억원) 가운데 692억원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오리지널 신약 전체 생산실적(856억원)이 개량신약 한 품목의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인데, 국내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한 신약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국산 신약 생산실적 (단위: 억원, %)

※품목취하

이정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