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의원 "위급상황시 의료인 판단으로 치료개시 명령"
의사 보호규정 없어 실효성 의문...면책규정 마련 등 숙제
아동 등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환자가 응급상황에 빠진 경우, 법정대리인이 해당 환자에 대한 처치를 거부하더라도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수술 등 필요한 조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부모의 치료거부로 인해 아동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구제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응급의료종사자로 하여금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응급환자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했더라도 응급환자에게 반드시 응급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인 1인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응급의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종교나 기타 일신상의 이유로 부모가 자녀의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치료지연시 생명의 위협이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면 의료인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치료를 시작하도록 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정 의원은 "현재 미성년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에 관하여 부모에게 이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이 의료계의 관행이나, 이 과정에서 부모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자녀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여 자녀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장애를 야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법과 아동복지법 등 현행법은 부모가 친권을 남용하거나 기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통상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어 급박한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응급아동환자를 구제하기 위해 법 개정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 치료개시를 명령한 의료인에 대한 보호조치 등은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치료개시를 명령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이 치료개시를 결정한 의료인에 옮겨올 가능성이 큰 만큼, 면책규정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을 경우 의료인들이 선뜻 치료개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가윤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료인 면책규정을 따로 검토하지는 못했다"면서 "법률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의사들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향후 법안 논의과정에서 이 부분을 심도있게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