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검, 금품 받고 허위진단서 발급 혐의
자신의 조카를 청부살해한 모 기업 회장 부인이 '형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위진단서를 작성해 준 혐의로 세브란스병원 박 모 교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이른바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중견기업 대표 부인 윤모(69)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해준 주치의와 전 남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또 박 교수에게 진단서 허위 발급 대가로 돈을 건넨 전 남편이자 영남제분 회장 류모(66)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교수는 류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2007년 6일 이후 허위·과장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세브란스병원을 압수수색한 뒤 박 교수와 진료를 한 의사 10여명을 소환조사했으며, 박 교수를 상대로 윤씨의 병세가 실제로 형집행 정지를 받을 정도의 상태였는지와 진단서 발급 경위와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앞서 윤씨는 지난 2002년 3월 사위 김모씨(당시 판사)와 이종사촌 관계인 여대생 하모(당시 22)씨가 불륜관계라고 의심해 자신의 조카와 김모(52)씨 등에게 하씨를 살해토록 지시했다. 윤씨의 조카와 김씨 등은 1억7000만원을 받고 하씨를 납치해 공기총으로 살해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5월 윤씨와 윤씨 조카,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씨는 이후 2007년부터 유방암 수술 등을 이유로 수십 차례에 걸쳐 형집행정지를 받아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윤씨는 경기도 일산의 한 종합병원 특실에 입원하는 등 유방암과 안과질환, 파킨슨병 등을 이유로 호화로운 병원 생활을 하며 최근까지 형집행정지를 5차례나 연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 씨의 호화 입원생활은 최근 시사 고발프로그램에 보도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 여파로 수감자의 진단서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모님 방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