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간 배분, 객관적 기준 필요하다

뇌사자 간 배분, 객관적 기준 필요하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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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배분 시스템 중증도 구분 한계…MELD 점수 도입해야
서울대병원 외과 간이식팀 '대한의학회지' 최신호 발표

뇌사자가 기증한 소중한 간을 좀 더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뇌사자 간 배분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간이식팀(서경석·이광웅·이남준 교수)은 <대한의학회지> 최신호를 통해 응급도 순에 따라 배분하는 현행 뇌사자 간 배분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뇌자사의 간은 현재 CTP(Child-Turcotte-Pugh) 점수를 이용해 응급도 순으로 배분하고 있다. CTP 점수는 이식 대기자의 간성 뇌증·복수·간 기능 혈액검사 수치를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 뒤 합산한 값.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는 CTP 점수와 임상적인 상황을 종합해 △응급도1(1, 2A) △응급도2(2B) △응급도3(3) △응급도7(7)로 나누고 있다. 응급도1은 1주일 이내에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사망이 예상되는 초응급 상황이며, 응급도2는 응급도1 보다 덜 위중한 상태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은 현행 CTP 점수의 요소 중 복수와 간성뇌증에 대한 평가는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한 등급에 포함되는 대기자의 범위가 넓어 환자의 위급한 정도를 세분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일한 등급 내에서도 등록대기시간·뇌사자 발굴기관 인센티브 등 비의학적인 요소들에 의해 배분 순서가 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 점수로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고 간이식팀은 설명했다. MELD 점수란 간의 기능을 나타내는 혈청크레아티닌과 혈액응고 시간, 빌리루빈 수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만든 점수. 점수가 높을수록 간 기능이 나쁘다.

간이식팀은 "MELD 점수는 객관적인 혈액검사 수치만 반영하므로 의료진의 주관적인 판단없이 이식 대기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이 2008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서울대병원에 등록된 간이식 대기자 788명을 대상으로 CTP와 MELD 점수를 기준으로 중증도를 나누고, 각 군의 이식 대기 등록 후 6개월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응급도1 대기자라도 MELD가 24점 미만이면 3개월 생존율이 93%인 반면, 31점 이상이면 35%로 나타나 MELD가 CTP보다 대기자의 생존율을 좀 더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표 3).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1주일 이내 사망이 예상되는 응급도1에서 MELD가 24점 미만 대기자의 3개월 생존율이 93%인 것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뇌사자의 간이 위중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우선 배분되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힌 간이식팀은 "응급도2 대기자라도 MELD가 31점 이상이면 3개월 생존율은 48.2%로, 응급도1의 3개월 생존율 70.2%보다 훨씬 낮았다"면서 "현재 시스템에서는 간이식이 시급히 필요한 사람들을 뇌사자의 간 배분 과정에서 소외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표 2, 4).

이광웅 교수는 "한정된 뇌사자의 소중한 간을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위급한 대기자가 우선적으로 이식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CTP 점수에 따른 분류는 한계가 있으므로 MELD 점수에 의한 분류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MELD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간대기자 등록시스템을 새롭게 바꿔야 하므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과 이식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 교수는 "MELD점수가 낮은 경우라도 뇌사자의 간 배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뇌사자 간이식 수는 2010년 242건에서 2011년 313건, 2012년 363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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