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09 10:2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선호 (대한보건산업협회 창원센터 지부장)

평소 좋아하는 말 중에 공동우승이라는 말이 있어요. 말 그대로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긴다는 뜻이죠."

노선호 지부장이 말하는 공동우승이란 운동경기에서 말하는 공동우승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운동경기에서 공동우승이란 상대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공격하고 그래도 승패가 가려지지 않을 때 사용하는 말이지만, 인생에서의 공동우승이란 상대의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주고 격려해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처음 인터뷰를 권했을 때 노선호 지부장은 자신은 그저 나와 남을 똑같이 존중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공동우승을 추구하는 삶을 통해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지, 의료봉사활동을 해온 의사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멀리 마산까지 가서 만나본 노선호 지부장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주는, 마음이 따뜻한 어른이었다

 

▲ 마산역에서 동지팥죽 봉사를 하고 있는 노선호 지부장

의사로서의 봉사활동은 의과대학 때 방학 때마다 무의촌봉사활동을 다녀온 것이 전부라는 노선호 지부장. 그의 인생에서 포커스는 언제나 의술보다는 사람에게 닿아 있었다.

사람 좋아하는 그는 개원 후 1970년대 말 국가에서 처음 시행한 극빈자 및 저소득층 무료진료 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아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소외된 이들을 돌봤고, 또한 수사관과 같은 외근 경찰 공무원들과 몇몇 초·중등학교 운동선수들의 무료 진료를 통해 소속단체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의료계의 돈키호테'이자 '외도하는 의사'였던 그는 과감하게 개원의사를 접고,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대한산업보건협회 창원산업보건센터에서 근로자들을 위한 건강진단 및 건강상담을 통해 산업현장에서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환자나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탓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온 그에게 형식적인 인터뷰는 어쩌면 무례하기까지 할 터. 어떤 사람을 어떻게 도우며 사셨냐고 묻는 것보다 그의 생각과 철학을 통해 그간의 삶을 가늠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밥 한 끼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천천히 끈질기게 하는 것이 바로 내 방식이다

처음 개원을 하고 무료진료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아 환자들을 돌보면서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의료보호 환자들은 옷도 남루하고 몸에서 냄새가 나는 환자들도 많아서 다른 환자들이 가까이 앉기를 꺼려하는 바람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기억납니다. 어떤 환자들은 집도 먹을 것도 없어서 겨울 한철 보내려고 입원을 시켜달라고 조르기도 했고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산골소년은 커서 의사가 되었지만, 가르치는 것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그를 외도하는 의사로 만들었다.

"80년대 초반에는 마산 간호전문대학에서 정형외과학과 해부학을 가르치기도 했죠. 돈버는 재주는 없어도, 의사가 아닌 사람으로 사는 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짧은 인생인데 의사 아닌 다른 사람으로도 좀 살아봐야지 않겠어요.

등산이 내 취미인데, 등산대장으로 산악회를 20년 넘게 이끌면서 산도 많이 올랐어요. 등산의 매력이요? 산은 천천히 끈질기게 오르면 모두가 정상에 오를 수 있잖아요. 그게 바로 공동우승이 아니겠습니까."

극빈자 환자치료 및 사회봉사를 통해 마산시의사회장·마산경찰서장·경상남도교육감·창원시장·대한적십자 총재·로타리 총재 등으로부터 받은 상 중에 그가 가장 자랑스레 여기는 상이 바로, 2010년 수상한 로타리의 '초아의 봉사상'이다. 자신을 뛰어넘어 인도적 봉사를 꾸준히 해온 로타리 회원에게 국제로타리 회장이 수여하는 이 상은 오랫동안 천천히 끈질기게 한길을 걸어온 그에게 주는 칭찬 내지는 격려였을 게다.

"개인적인 모임에서 술 한 잔 하다 농담스레 좋은 일 좀 해보자고 10000원씩 걷게 된 것이 '창원 따사모'의 시발이었죠. 학생·공무원·직장인·자영업 하는 사람 할 것 없이 각계각층의 회원들이 100여 명씩 모여서 형편이 나보다 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연탄도 나르고 집도 고쳐줘요.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며 소소한 재미를 찾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사람과의 어울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선호 지부장은 34년째 로타리클럽을 비롯해 적십자봉사회·창원따사모 등의 단체를 이끌어가며 활동하고 있다. 특히 창원따사모는 창립한 지 불과 7년 남짓 되었지만, 130여 명의 회원들이 결연세대 방문·연탄배달 봉사·집고쳐주기 봉사·장애인 돕기·장학사업 등 힘든 이웃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30년 나눔 지속의 원동력은 바로 '사람'

▲ 장애인과 함께 피자만들기 체험행사

"개원을 하는 재주가 별로 없어서. 그리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질병의 예방에 무게를 두는 산업의학분야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이 지역은 한국 기계공업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창원공단이 있는 곳이고, 또 우리나라 수출 일번지인 자유수출지역이 있기도 하잖아요.

40년 전만 해도 근로자를 위한 특수검진 의료기관이 많지 않았고 우리 협회가 최초나 다름없죠. 정형외과 전문의사로 산업재해 환자를 치료하다보니 인연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노선호 지부장은 대한산업보건협회 창원센터에서 15년이 넘게 근로자들의 검진을 통해 직업병을 찾아내고 예방하는데 주력해왔으며, 지금도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해주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비단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 조금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어요? 반드시 돈이 아니더라도 시간이나 경험, 지식 같은 것들 중,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씩만 나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인들도 잠시 진료실 밖으로 눈을 돌려 환자로서가 아니라 우리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소통하는 따뜻한 사회를 공동우승 하는 사회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노선호 지부장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남의 불행을 보면 참지 못하고 도와주고 싶은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제 주위에는 항상 이런 선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을 따라 나눔현장에 처음 참여하게 됐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게 됐죠. 언제부터인가 나눔활동을 하는 날엔 어떤 묘한 기쁨이 충만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주름이 펴지면 펴질수록 스스로 느끼는 기쁨이 커진다는 것, 그것이 바로 30년 넘도록 나눔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겠냐는 노선호 지부장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언제나 운이 좋은 사람이라 자부하는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으니, 2년 전 식도암 3기 판정을 받고 100여 일 동안 암과의 투쟁을 했었다. 생존율 30%에, 폐렴합병증과 성대신경마비로 성대성형술까지 받은 그가 오늘의 건강을 회복하게된 것은 여러 사람들의 염려와 격려, 그리고 훌륭한 의사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한다.

"저의 삶의 철학은 소박합니다, 오늘이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살아갑니다."

글 / 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