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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확인 시비, 글은 지워져도 논란은 남는다
현지확인 시비, 글은 지워져도 논란은 남는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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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때 아닌 설화에 휩싸였다.

자신의 블로그에 현지확인제도를 둘러싼 '정당성 시비'를 인정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뒤늦게 이를 삭제, 구설수에 오른 것. 일련의 해프닝으로 최근 공단이 밀고 있는 현지조사권 이관 요구는 말할 것도 없고,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현지확인 정당성 논란까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김종대 이사장은 최근 자신이 운영 중인 블로그를 통해, 건보제도 효율성 제고를 위해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고 있는 진료비용 심사와 현지조사 업무를 보험자인 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확인했다.

'보험자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한 이 같은 주장은 김종대 이사장 취임 이후 건보공단의 핵심기조로 자리잡은 상황.

김 이사장은 글에서 심평원이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급여비 심사나 현지조사 등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공단으로 현지조사 업무를 이관하면 휠씬 더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한 마디'가 넘쳤던 모양이다. 김 이사장은 말미에 "지금 공단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순한 '현지확인'조차 법적인 정당성 시비에 휘둘리고 있다"고 덧붙였는데, 이 문장은 추후 블로그에서 삭제됐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외에서는 '공단 이사장이 스스로 현지확인을 둘러싼 정당성 시비를 인정했다가 번복했다' '정당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현지확인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현지조사권 이관은 고사하고, 그나마 잠시 가라앉아 있던 현지확인 정당성 논란만 다시 부추긴 모양새다.

현지확인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법적 근거 자체가 명확치 않은데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왔던 까닭이다.

'현지확인'은 행정처분인 '현지조사'와는 전혀 다른 행위로, 건강보험법 제96조1항에 정한 자료제출 요구권에 근거하고 있다. 해당규정은 말그대로 공단의 서류제출 요구권한만을 인정한 것으로, 요양기관 현지확인은 '서류 확인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만 요양기관의 임의적 협력'을 전제로 진행해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료계에서는 공단 조사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수사관이 범죄자를 다루듯 조사행위에 나섰다거나, 구체적인 조사대상 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위로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며, 서귀포 사례처럼 조사원들이 강압과 회유를 동원해 자의적으로 조사결과를 만들었다는 등의 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 같은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부당청구 근절 등을 이유로 현지확인을 강행하고 있는 상태.

지난해 공단의 현지확인을 받은 요양기관은 전국 1224곳, 이는 같은 기간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은 기관(526곳)의 2배를 훌쩍 넘는다. 공단이 현지확인 이후 해당 기관에 대해 현지조사를 의뢰하는 건수도 연간 800곳에 달하는데, 조사기관 일각에서는 공단의 현지조사 의뢰가 과다하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꺼리가 안되는 곳'을 조사 의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현지조사의 목적은 조사대상을 무작정 확대해 환수금액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현지조사 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제반 절차 및 과정을 과학화해 고의로 부당행위를 하는 요양기관을 제대로 선별해 내고, 조사결과에 따른 적절한 처분으로 경찰효과를 높이자는데 있다.

'행정조사는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며,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행정조사의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지금의 공단이 이 같은 원칙을 지켜주리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지확인과 현지조사는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러나 공단은 여전히 다른 곳만 보고 있다. 공단의 현지확인 법제화 요구·현지조사권한 이관 요구가 모두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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