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성보호법 바라보는 시각차 뚜렷
시민단체 "성추행 오해는 의사 설명부족 탓"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일명 도가니법)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도가니법은 의협이 리베이트 쌍벌제, 무분별한 수진자 조회와 함께 전면적인 투쟁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선포한 대표적인 '의사 인권 탄압' 제도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성추행은 개념이 매우 주관적이고 범위 역시 모호해 억울하게 가해자로 오인될 소지가 커, 직업 특성상 환자와 신체적촉이 불가피한 의료인들의 소신진료를 가로막을 우려가 크다는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범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은채 일률적으로 의사 면허를 10년간 사실상 정지시키는 처벌은 전문직종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가혹한 방식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성범죄의 여부는 법원이 명확히 판단내리고 있는 만큼,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성추행 논란은 의료진의 충분한 사전설명을 통해 예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2일 방송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는 도가니법을 둘러싼 의료계와 시민단체 사이의 인식차를 여실히 보여줬다.
방송에서 전국의사총연합 나경섭 대변인은 "아청법의 취지는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갑자기 '성인 대상 성범죄'가 추가되면서 죄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자격제한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법의 형평성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청법이 악용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나 대변인은 "진료 도중에 의사와 여자 환자의 다리가 닿는 일이 있었는데, 환자가 성적 수치심으로 느꼈다며 성추행으로 의사를 고발한 사례가 있다"며 "의사에 악감정을 품고 있는 환자가 아청법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추행 사건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재판부가 범죄 유무의 판단을 고발인의 주관적인 감정·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을 언급하고, 단순 성추행으로 벌금형만 받게 돼도 10년간 의료기관 개설·취업을 금지토록 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사무국장은 "성범죄는 피해자 입장에서 처벌의 정당성이나 형벌의 적정성을 보는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며, 성추행의 개념이 모호하더라도 형법상 유죄가 확정되면 명백한 범죄행위로 받아들이는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인대상 성범죄를 포함시킨 것은 아청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선 "아동·성폭행 범죄는 성인시점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며 "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법을 적용받도록 한 것이므로 입법취지에 비춰 봤을 때 과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진료실 성추행 논란은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박 사무국장은 "진료행위에 대해 충분히 사전설명을 하면 신체접촉에 대한 환자들의 주관적인 오해나 일방적인 주장은 많은 경우 해결될 수 있다"면서 "문제 발생의 소지를 좀 더 없애려면 환자의 동의를 받아 진료실 내부를 촬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의사 업무 금지 10년은 너무 가혹하다는 의료계 입장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 사무국장은 "아청법이 의사의 직업 제한 기간을 정하고 있는 것은 성범죄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의사로서 직업윤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일반적인 법 감정에 근거해 판단한것으로 보여진다"며 "법 적용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주장이 일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성범죄 전과가 있는 의료인에게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맡기고 위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다른 문제"라며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