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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특별대담 이종욱 서울의대 학장
특별대담 이종욱 서울의대 학장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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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재정의 위기, 그리고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비전 없는 의료정책 속에 한국 의료계가 표류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 의료계가 안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의료계의 전문가들과의 특별대담을 통해 한국 의료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본지는 이번 대담을 통해 단순히 문제 제시에 그치지 않고, 한국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발전적 방향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의료의 바로서기에 일조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도제식, 주입식 대량교육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이제 의학교육은 사회적 요구와 과학발전의 추세를 반영한 형태로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종욱 서울의대 학장(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장)은 "의학교육 프로그램은 사회적 요구와 직무 패턴의 변화, 그리고 과학의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기본교육과정(UME)에 포함해야 할 교육내용의 기본골격은 생물의학(Biomedical) 지식과 기능이며, 이는 세계 어느 나라나 공통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학장은 "의학지식의 양은 학부의학교육과정에서 모두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하고, 전문화되어 있어 각각의 학문적 원리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다보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 매달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생물의학 지식과 기능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학문단위 중심에서 기관과 기능 중심의 통합교육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최근 들어 각 의대별로 의학교육 과정과 내용이 통합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학장은 "기관, 기능 중심의 통합과 함께 기초-임상간 교육내용의 융합도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통교육과정에서 1학년 학생들은 임상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기초 원리를 공부해야 했고, 4학년이 되어 실습을 할 때에는 기초 원리를 거의 잊어버린 채 임상 지식을 암기하다 졸업해야 했습니다."

"1학년 과정에서도 학습내용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임상지식을 접하고, 4학년 과정에서는 임상지식의 배경이 되는 기초의학 지식을 되새겨 기초-임상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학장은 강조했다.
서울의대는 2003년부터 통합교육을 강화한 교육과정을 도입키로 결정한 바 있다.

"그 동안 부족했던 교육내용을 꼽자면 사회와 의사의 관계, 환자와 의사의 관계 등 인간 및 사회에 관한 교육이라고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의학교육이 과학적 측면을 강조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환자와 사회를 바라보는 넓은 눈과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줄 아는 자세,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고통·불안·죽음과 싸우고 있는 환자를 돕는 자세와 방법 등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보강해야 합니다."

서울의대가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 교육과정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띠는 과목이 '환자의사사회'. 이 교과목은 1학년에서 4학년까지 편성돼 있어 연속성을 갖고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기존의 교과목 의사학, 행동과학, 임상총론, 지역사회의학, 함춘특강, 의사와 사회, 의사법규, 의료관리학에다 교육수요와 실행가능성을 조사하여 의료정보학, interviewing, communication skill, physical examination, leadership, management, 의료분쟁, 의사의 권리와 의무, 진단서, 신체감정, 의료윤리, 보완의학(대체의학), 한의학 등의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의료정보를 수집, 분석, 평가하여 진료와 연구,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네트워크 수단을 통해 전문가간에 지식교류 및 토론을 효율적으로 전개함으로써 지식공동체를 구성하는 방법도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학장은 강조했다.

"창의적 연구능력을 북돋워 주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전통적인 일방의 주입식 대량 교육은 온전히 학습자의 것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창의성을 촉발하지 못합니다. 학습자 스스로 복잡한 맥락 속에서 문제를 찾고 가설을 세워 이를 검증하고 그에 근거하여 실천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합니다."

이 학장은 "학생은 단순한 지식의 수용자가 아니라 지식의 분석가, 전략적 운영자, 창의적 탐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적인 한계를 무릅쓰고 대학교육이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선의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학장은 "대학 구성원들의 마인드가 변해야 하고, 재정적인 지원과 시간과 노력이 함께 효과를 발휘할 때라야 대학교육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와 같이 수십 년 주기로 교육내용을 갱신하는 대학은 21세기에 적응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힌 이 학장은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학문, 사회적 환경에서는 수시로 교육내용과 방법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이상적인 상태와 현재 상태와의 갭을 좁히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학교육의 내용에 관한 변화와는 별개로 외적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의학전문대학원제도에 대해 이 학장은 "의학기본교육에 입문하는 자격을 제한하고, 같은 교육과정을 이수하고도 학위를 차등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인 양성에 걸리는 기간을 연장하게 된다"며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일선 대학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추진하다보니 일부 대학 만이 참여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의예과를 폐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입시 과열이 해소된다면 그렇게 해도 무방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되고 있습니다."

이 학장은 "오히려 의학교육의 본질만 훼손하고, 의사가 되기 위하여 의학전(前)교육을 2년이나 늘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2+4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다른 학부 출신의 입학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며, 동일한 학위를 수여하는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학장은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의학전문대학원의 인가 요건을 제시하고, 전공의 수련 및 군복무 기간을 단축해야 하며, 교육여건을 갖추기 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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