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택 복지부 과장, 27일 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 정책 세션서 언급
"산부인과 의사들이 국민에게 이런이런 것들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이런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먼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에게 뭘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뭘 해줄지를 고민하라는 케네디의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이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산부인과학회 정책 세션에서 국민 설득이 우선해야 한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화살을 돌렸다.
의료서비스상에서 그 동안 부족했던 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부족한 점을 보완한 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는 대신, 이후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면 국민도 정부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배 과장은 27일 그랜드힐튼 서울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99차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산부인과 건강보험 정책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를 맡아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7개 질병 포괄수가제 확대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산부인과가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이날 정책세션에서 그는 포괄수가제 시행의 부작용에 대한 정부측 답변을 어느 정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건강보험 제도 전반을 개괄한 뒤 제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이는 복지부에 바로 앞서 연자로 나선 민응기 제일병원장의 발표와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포괄수가제에 대응할 산부인과의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민 원장은 "주제는 '전략'인데, 사실상 뾰족한 전략이 없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발표를 준비했다"면서 "정부에서는 포괄수가 수준을 적정화 해주겠다고 하는데, 사실 엄청나게 올리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날 민 원장은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으로 인한 ▲제왕절개술의 주진단명 코딩에 따른 문제점 ▲산부인과 수술이 대부분인 불평등한 적용 질병군 ▲불합리한 한국형 질병분류체계(KDRG)로 인한 문제 등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궁극적으로 관 주도 아래 상대가치점수를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솔한 진료"라고 강조한 민 원장은 "비록 눈 앞에 손실이 보이더라도, 그 동안 해오던 양심적인 진료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면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 과장은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하면서도 "의료계 내에서 현재 패러다임이 맞는지에 대해 리뷰해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과장은 "가령 나는 남자라서 부인과 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데, 개원가와 병원쪽에서 그런 부분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것들을 정리했으면 좋겠다"면서 "고위험 산모들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해드릴 수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의료계나 정부나 국민 건강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 포괄수가가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아예 새로운 수가를 만드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새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