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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DNA검사와 시놉티콘

청진기 DNA검사와 시놉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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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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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경기 군포 현대중앙의원장)

▲ 이현석(경기 군포 현대중앙의원장)

요즘 한 공직자의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보도와 여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DNA검사를 통해 친자확인을 하라는 것이었고, 당사자도 친자확인 의사를 밝히는 등 DNA검사가 큰 관심을 끌었다.

현재로서는 검사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직을 물러남으로써 일단락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동안의 보도를 보면서 DNA와 RNA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DNA검사에 대해서는 일가견을 갖게 됐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친자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혈액형을 검사해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친자가 아니고 혈액형이 맞으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생각하면 상전벽해의 느낌이 든다.

특히 초기에는 한, 두 군데 기관에서만 가능했고 엄청난 비용이 들었던 검사였지만, 이제는 불과 몇십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1∼2일만에도 결과가 나오는 보편적인 검사가 됐다. 따라서 억울한 사람들의 서러움은 줄어들었지만 잘 못 처신을 했던 사람들이 살기에는 매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외쳤던 양적 공리주의의 대표적 인물인 벤담이 1791년에 내놓은 '파놉티콘'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모두를 의미하는 'pan'과 본다는 의미의 'opticon'의 합성어인데 벤담은 건물의 둘레를 따라 수용시설이 있는 원형감옥을 예로 들었다.

수용실의 문은 내부가 들여다 보이게 돼 있고 중앙에 원형 감시탑이 있기 때문에, 이 감시탑에서는 각 수용실의 구석구석을 훤히 볼 수 있지만 수용자들은 감시자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감시하는지 여부조차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수용자들은 감시자가 없어도 실제로 감시자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파놉티콘은 감시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지만 끊임없이 감시되는 상태를 핵심 개념으로 한다.

벤담은 이를 학교·공장·병원 등 모든 시설에서 이용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그 후 잊혀졌다가 1970년대 말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컴퓨터 데이터 베이스·CCTV·신용카드와 같은 전자기기의 발달에 의해 현대사회가 하나의 파놉티콘이 됐음을 간파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그리고 현재는 급격히 발달한 인터넷·휴대폰·SNS 등에 의해 소수의 지배자가 다수의 피지배자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정보를 파악해 퍼트릴 수 있고 또 모든 사람이 감시 당할 수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시놉티콘(syn+opticon)이 좀 더 적절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양면성은 있다. 즉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내밀한 영역을 갖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기에 사생활의 파괴라는 부정적인 면도 같이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털고 새 출발을 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의 쟝발장이 현대 사회에서 태어났다면 물론 억울한 처벌도 없었겠지만, 일단 처벌받았을 경우 신분을 감추고 제 2의 삶을 사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이 한 달 가까이 우리 사회의 큰 갈등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시놉티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차피 세상이 투명한 시놉티콘의 사회가 이미 됐다면 마음공부를 열심히 해서 타인의 지탄을 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식보다는 철학을 중시하고 대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철학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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