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령 금기' 너무 경직…법대로라면 "쓸 약 없어"

한국 '연령 금기' 너무 경직…법대로라면 "쓸 약 없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10.1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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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FDA 소아임상시험 전문가, 18일 소아과학회 강연
"소아임상시험 장려 위해 특허 연장·재정 지원 인센티브 필요"

▲ 미국 FDA에서 소아임상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그린 디온나 박사가 소아들의 약물 사용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소아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의협신문 송성철
한국의 '연령금기' 의약품 규제는 너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FDA에서 소아임상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그린 디온나 박사는 18일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대한소아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어린이약물의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역사'를 주제로 강연을 통해 "미국은 2002년부터 소아임상시험을 거친 의약품에 대해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연장해 주고, 소아에 쓸 수 있는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거치도록 유도함으로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데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박사는 "소아임상시험을 장려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결과, 2007년 이후 약 400여건의 소아임상시험이 진행됐다"며 "이를 통해 약 500여건의 용법·용량에 관한 내용을 새로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과거에는 임상시험에서 소아를 포함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아들이 약효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한 그린 박사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해 투명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위험성을 최소화 하면서, 자세한 설명과 부모동의를 거쳐 소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아용 의약품 규제는 위험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너무 경직돼 있고, 일부의 경우에는 의약품 규제의 개념을 잘못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제도가 경직돼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연령 금기'와 '허가초과 의약품(오프라인)'이 손꼽혔다.

미국의 경우 '연령 금기'로 분류되면 소아에서 아예 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국과 달리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연령 주의'라는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

박민수 세브란스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은 "미국은 몇 세 이하는 쓰지 말라는 나이제한이 없고, 과민반응이나 주의사항이 있을 뿐"이라며 "DUR의 연령금기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 김동수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이 허가초과의약품 규제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김동수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은 "별도의 임상시험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소아 의약품의 경우 성인에서 허가받은 약의 용량을 조절해 사용하는 경우가 무려 60∼70%에 달한다"며 "보험당국이 잘못 썼다고 삭감하는 의약품의 대부분이 허가초과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소아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인 가와사키병 치료 경험을 들려줬다. 가와시키병의 경우 면역글로불린 요법으로 치료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한다. 김 이사장 우연한 기회에 항암제로 개발한 메소트렉세이트를 기존의 치료로 듣지 않는 가와사키병 환아에 투여한 적이 있다.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부작용 없이 매우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던 것. 후천성 심장병으로 병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이는 극적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세계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가와사키병의 항암제 치료사례가 나왔다.

김 이사장은 세계 첫 치료사례 보고와  이후의 임상연구 결과 사례를 첨부해 의약품 허가를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외국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김 이사장은 "식약청 허가사항에 없고, 교과서에도 없는 허가초과의약품이라며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이를 어긴 경우에는 소아환자의 안전을 외면했다고 몰아가면서 약제비를 삭감하거나 환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흥용 연세의대 교수는 "최근에 개발된 뇌전증 치료제의 경우 2세 이하는 연령을 벗어난 허가초과의약품"이라며 "이 약을 쓰지 않으면 발달 손상을 초래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2세 이하로 허가를 받은지 50년이나 된 약만을 쓰라는 것은 소아환자들에게는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그린 박사는 "소아임상시험을 통해 소아들에게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한 약들은 혜택을 받도록 장려해야 하고, 반대로 효과가 없는 약들은 제외시켜야 한다"며 "소아임상시험에 참여해 통과된 의약품에 대해서는 특허기간 연장·약가 유지·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더 많은 제약회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아과학회는 허가초과의약품 TF를 구성, 소아의약품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하고, 관련 법령 정비와 함께 식약청·보험당국과 연령금기·허가초과의약품 등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데 주력키로 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 '허가외 의약품 평가에 관한 이해'에 대해 발표한 정명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부 허가초과의약품평가TF팀장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문헌을 근거로 임상현실을 반영한 허가외 의약품 규정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선 여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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