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원격의료 철회하라" 일제히 '포문'

시민단체 "원격의료 철회하라" 일제히 '포문'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10.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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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정치권 이어 시민단체도 잇달아 성명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지말라" 강력 경고

원격진료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 정치권에 이어 30일에는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성명을 내며 원격의료 도입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병원 노동자들의 모임인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는 30일 성명을 내어 "원격진료가 본격화되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동네 병·의원의 몰락과 하청 계열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려 의료전달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게 될 것"이라며 원격의료 도입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의 모임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또한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원격의료는 비용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재벌 특혜 사업일 뿐"이라며 "원격의료 도입 강행은 재벌IT 기업들의 특혜를 위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원격진료 도입이 환자의 건강을 편리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원격의료가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만성기 환자들을 위한 편의제공이라는 홍보는 위험천만한 짓"이라면서 "원격의료로 대면치료를 대체할 경우 혈압 및 당뇨 데이터 등 단순한 정보로 환자상태를 파악, 합병증이나 부수질환을 놓칠 공산이 크다. 이는 환자 생명과 안전을 두고 벌이는 도박과 같은 것이며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의료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이나 안전성이 입증된 바 없다는 점도 짚으면서 "정부가 실시했다는 시범사업 결과도 공개적으로 발표되거나 논의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임상시험을 하자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계획을 재벌기업 잇속챙겨주기로 규정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정부는 원격의료가 마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인 냥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정부가 밝히지 않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원격의료 도입에 드는 비용 문제다. 원격의료는 초기 인프라 도입 비용을 이유로 의료기기회사와 IT기업들의 잇속만 챙기는 '재벌경제' 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네의원'부터 시작한다는 복지부 법안은 그야말로 '동네의원부터' 시작하자고 의사들을 설득하려고 낸 법안"이라며 "1조원 클럽 이라고 불리는 빅 5 병원이 각각 재벌IT 회사들과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유헬스 회사를 만들고 있는 마당에 '동네의원' 중심라는 말은 동네의원부터 재벌병원과 재벌IT기업까지 한국 의료 전체를 원격의료라는 기업들의 투자처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0여개 보건의료관련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또한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의료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원격의료 허용 법안은 이미 18대 국회에서도 '원격진료'의 안정성과 실효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어 이미 폐기된 법안"이라면서 "원격진료는 기본적인 진찰과 필수적인 검사 등이 생략되기 때문에, 오진과 누락의 위험성이 크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원격진료는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는 제 3세계나 사막이나 북극 등의 일부 오지에서만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격진료가 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며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키며,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동네의원부터 원격의료를 시작하더라도, 결코 동네의원의 환자들을 묶어두는 제도로 원격의료가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더구나 의료전달체계상 동네의원의 기능이 와해된 상태에서 대면진료가 아닌 원격진료를 부추기는 것은 종국적으로 동네의원의 영리화까지 가속화 할 공산이 크다. 이미 한국 유헬스협회에 대형병원들이 거의 모두 가입해 있고 이른바 빅5병원이 각각 재벌 IT회사들과 유헬스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원격의료가 대형병원에까지 전면 허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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