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가정의학 개원가 "원격진료 결사 반대"

내과·가정의학 개원가 "원격진료 결사 반대"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0.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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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 없고 위험부담만..."환자 죽이는 짓"
강제 도입되더라도 '참여 거부' 선언 방침

이원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진료 허용 방안을 정부가 강행하자 이들 질환을 주로 다루는 내과계열 일차 의료기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더라도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원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은 31일 본지와 통화에서 "의협과 마찬가지로 결사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면진료를 대신한 원격진료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해 오진 위험성이 커진다"며 환자의 건강보호 차원에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진료하는데는 직접 대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치화된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화상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로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또 "정부 입법예고안을 보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초진도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는데, 노인 환자의 특성상 초진을 원격으로 보라는 것은 사람을 죽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이어 "의료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국민건강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면서 "결국 IT 산업을 위해 국민건감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개정안의 허술함도 질타했다. 이 회장은 "위험 부담이 큰 진단은 원격을 허용하면서, 약은 반드시 약국에 직접 가서 받도록 했다"며 "이게 무슨 코메디 같은 이야기인가. 논할 가치도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원격진료가 끝내 도입되더라도 '참여 거부'를 선언하고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가정의학과 개원가도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일차의료기관은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원격진료를 하려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이 규정하는 시설·장비를 갖춰야 하며 원격진료를 진행할 수 있는 보조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동네의원이 처한 현실은 이를 감당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대부분 원장 1명에 직원 1∼2명에 불과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원격진료 장비를 다루고, 원격지의 환자를 케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냥 오는 환자 관리도 힘든 처진데 원격 환자를 무슨 수로 감당하나?"고 토로했다.

"원격진료 허용은 환자 죽이는 짓"

무엇보다 원격 화상만으로는 만성질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유 회장은 "예를 들어 가슴에 흉통이 있다면, 그 원인이 기침 때문인지 폐렴이나 심근경색 때문인지, 혹은 맹장염에서 가슴으로 전달되는 통증인지 매우 다양하다"며 "화상 채팅 수준으로는 전문가 열 명이 달라붙어도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의료분야에서는 직접 대면진료와 각종 검사를 통해서도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가늠하기란 어렵기 그지없는데, 단순히 화상으로 전달되는 환자의 모습만으로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주장이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유 회장에 따르면 고혈압·당뇨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65∼70세. 이들 노년층 환자들은 고혈압·당뇨병 외에도 퇴행성관절염·골다공증·만성위염·갑상선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동반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 계층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고혈압·당뇨병 환자로 단정해 진단·처방을 내릴 경우 환자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고혈압·당뇨는 혈관합병증을 거의 동반하고 있는데, 원격으로 고혈압·당뇨만 치료하고 처방을 내렸다가 나중에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반문하고 "초진 3900원, 재진 2800원받고 그런 위험을 떠안을 의사가 어디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원격의료는 결국 병원급 의료기관의 환자 쏠림 현상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게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여건상 일차의료기관은 원격진료를 수행하기 어려워 참여율이 저조해지면, 정부는 국민 불편을 이유로 내세워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으로 원격진료의 문호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 회장은 "결국 정부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원격진료라는 싸구려 진료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며,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은 국민과 의사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회원 보호 차원에서 원격진료 참여 거부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진정 일차의료를 살리길 원한다면 차등수가제 개선, 동네의원의 만성질환자 진료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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