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부정하라! 아니다. 피 흘리는 삶의 고귀함을 마주하라."
"생명을 부정하라! 아니다. 피 흘리는 삶의 고귀함을 마주하라."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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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놀이에 빠진 남자들 VS 용감한 여자들, 연극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자신감 넘치는 언어 표현과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시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담론을 펼쳐놓는 것이 장기인 작가 김지훈, 최소한의 것으로 본질을 드러내는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평가받는 연출 김광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하고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으로 해외 언론들의 극찬을 받은 무대미술가 박동우 이 세사람이 뭉쳐 위선과 허상으로 가득 찬 세계를 폭로하고 삶의 진실을 전해주려는 커다란 담론을 무대위에 올려 놓았다.

26일부터 12월 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일 연극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이 바로 그 무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우리 삶의 원형적 가치들은 무엇인가?' 를 이야기의 힘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과 정서적 공감 그리고 질문을 더해준다.

거칠 것 없고 생명력 넘치는 상상력의 세계가 펼쳐진다.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은 권력 다툼과 힘의 게임 속에도 시대와 장소를 넘어 여전히 살아있는 싱싱한 삶의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은 나라를 새롭게 창업하고자 하는 도련님과 그의 군대, 화전민 여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도련님과 군대는 나라를 세운다는 미명하에 전쟁과 살상을 자행하고 노동 없이 먹을 것을 축내기에 바쁘다. 그러나 화전민 여인들은 양식을 나누고, 가족을 만들며 다음 세대의 미래를 내다보는 진실하고 원초적 삶을 추구한다.

수천 년 동안 나라가 세워졌다가 사라지는 세월 속에서 인간의 삶을 지속시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품은 상반된 두 그룹의 삶을 통해 인간의 존엄한 생명력과 불변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번 작품은 남성중심의 '개국신화'라는 허상과 위선 속에 가려진 가장 겸허한 진실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보다 질긴 삶의 생명력, 나라를 구한 도둑년들
작품은 세상의 상반된 두 개의 세계를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죽음과 생명·권력과 희생 그리고 고기와 채소. 도련님으로 대변되는 '남성'이 삶을 파괴하는 존재라면 화전민 여인들은 자신의 삶을 내어주면서 삶을 지켜낸다. 작품에서는 시종일관 두 개의 이미지가 대립한다. 이처럼 서로 반대 되는 요소들은 극의 갈등구조를 이룸과 동시에 실제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성이 추구하는 권력과 이데올로기는 그 안에서 수많은 죽음과 허상을 낳는다.

작품 속에서 남성은 권력을 위해 거짓 예언을 만들고 한 달의 한번 월경하는 여성의 삶 자체를 부정하고 탄생의 근원을 거부하며 극단으로 치닫는다. 반면, 전쟁에 휘말린 여인들은 그 극한 상황에서도 병사들을 먹이고, 씨종자를 나눠주며 다시 밭을 일군다. 여인들이 전쟁터를 훔친 이유는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 연극은 작품의 스케일에 걸맞게 연극계의 명불허전 대표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까지, 20~7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뭉쳤다. 나라를 세우려는 야망을 가진 젊은 도련님 역할은 TV와 무대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승주가, 도련님의 야망을 이용하거나 이용당하는 구세대의 인물들에는 이호재·오영수·김재건·정태화가 맡아 깊이 있고 감칠 맛 나는 연기를 펼친다. 여기에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중 가장 첫째 여인들을 대변하는 매지 역할에는 길해연, 자개·아주까리·아지두부 역할은 각각 김정영·황석정·최승미가 열연한다(문의=국립극단 1688-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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