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공감·이해·표현·존중'의 마음으로…

특집 '공감·이해·표현·존중'의 마음으로…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08 18:0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통과 협력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소통(communication)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소통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이명진(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실제로 소통이 잘 안되어 일어나는 문제가 의료현장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의료분쟁이나 불친절한 서비스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들여다보면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정서상 환자 치료의 과정과 치료 결정에 가족들이 끼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의사들은 환자 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동료의사와의 정보교환이 잘 되지 않거나 팀원 간의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치명적인 결과가 환자에게 일어나기도 한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의 부재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전문가적 권위가 손상되고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오해를 받으며 답답해 한다.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과 기술이 부족하고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과 소통하고 동료의사를 포함한 진료팀원들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정부를 포함한 사회와 소통하는 기술을 배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원만한 소통을 바탕으로 좋은 '환자-의사 관계'가 성립될 수 있으며, 진단이나 치료의 결정과정에 환자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동료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과 기타 동료들과도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함으로써 최선의 진료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

진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하여 환자 안전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민과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의사에 대한 신뢰와 전문가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의료(medical practice)의 전 과정 속에 이뤄지는 소통과 협력은 의료를 살아 숨쉬게 해준다. 그러면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 실제적인 행동기준이 필요하다.

먼저 의사는 환자와의 소통을 할 때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환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소통에 있어서 특별히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이 바로 환자를 배려(respect)하고, 환자의 자율성(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황에 맞는 의학지식을 환자나 환자가족들에게 적절한 언어를 통해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는 환자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의료분쟁 발생 시 법정에서는 사전에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의 문제가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든 의술은 완전하지 않고 의사도 신이 아니기에 원하지 않은 나쁜 결과(합병증·휴유증·의료과오·의료과실 등)를 피할 수 없는 것이 의료현장이다.

바쁘고 긴박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은 발전하는 의학기술과 많은 양의 정보를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야만 한다. 쉽고 간결한 설명으로 환자들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환자의 비밀과 사생활을 보호하고 환자의 가치관을 존중해야 주어야 한다.

정직과 신뢰에 바탕을 둔 환자-의사 관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해(害)가 발생한 경우 진실말하기와 유감을 표명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진료가 종결되거나 대진, 의뢰 또는 전원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환자 또는 환자 가족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의사소통과 협력이 어려운 환자(어린이, 장애인, 외국인 혹은 문화와 가치관이 다른 환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특수성을 배려하여 돌볼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2003년 한 설문조사 기관에 의하면,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요인 중에서 의사의 실력이 45%, 병원 구성원의 친절과 의사의 자세한 설명이 44%로 나타났다. 이것은 의사의 의사소통 능력이 의료행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의사는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된다면 환자 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협력을 구할 수 있으며, 이 때 환자의 비밀 보호 원칙을 유념해야 한다. 진료 과정 중에 환자 가족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가족중심적인 대한민국의 국민 정서상 더욱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소통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의사는 최선의 환자 진료를 목적으로 구성된 의사를 비롯한 진료팀원(의료인과 비 의료인을 포함)과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력을 해야 한다. 개별 팀원들의 능력과 경험과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진료 팀의 책임을 맡은 의사는 진료 팀의 조직과 진료 수행 과정에서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정해 주어야 한다.

진료 팀 내의 비밀 보호와 자원 배분, 직무윤리 등에 관련된 갈등을 예방·조정·해결하기 위해 다른 팀원과 협력해야 한다. 팀 내외 전문 직종간의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동료 의사가 업무 능력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 도움을 줘야 한다.

동료 의사에게 환자를 의뢰하거나 진료를 위임하는 경우 적절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동료 의사에 대해 근거없는 비방을 해서는 안 된다. 목적이 합당한 경우 비 의료인 팀원에게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관련 의료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효과적인 진료 수행과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련된 여러 기구와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 및 정보 제공을 할 때 진실과 공익에 부합해야 한다.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회와의 소통과 적극적인 홍보로 의사의 전문가적 권위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나라를 꼽으라면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의사협회는 대국민을 상대로 의사들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홍보 전략을 강력하게 구사했다.

의사의 진단없이 약을 복용했을 때 발생한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를 약물복용 전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다. 의사들의 수익과 전문적인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 받는데 유익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홍보를 통한 소통 작업이 의사협회의 주된 작업 목표였다. 이러한 미국의사들의 활동을 연구하고 교훈을 얻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공익을 세운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2011년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분무액에 첨가해 사용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것이다.

2012년 10월 8일 기준,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에 의하면,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 사망했다. 모 대학병원 호흡기 내과 팀의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2011년 1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6종을 회수함으로써 더 많은 생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한 연구팀 의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추서받았다.

소통과 협력을 위해 앞서 열거한 행동기준을 기초로 각 상황에 맞는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사윤리지침·환자권리장전·진찰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온라인 등을 통해 의료진 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고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정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는 과정이다. 소통과 협력 없이는 올바른 의료가 이뤄질 수 없다. 소통과 협력은 의료를 살아 숨쉬게 한다. 의사를 의사답게 하고,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생명줄이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