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격의료가 아닌 e-health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론 원격의료가 아닌 e-health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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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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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 현대중앙의원장)

▲ 이현석(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 현대중앙의원장)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목적이 무엇이고 따라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과 성찰이 있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의 경우 우선 직접적인 진료를 대체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진료를 보조해주는 보완 관계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진료는 그 특성상 심장병 환자라 해도 혈압과 맥박 같은 측정 가능한 객관적 소견 외에도 환자의 피부 상태를 보고 탈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처럼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의료행위는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을 포함하게 된다. 이를 테면 같은 혈압약을 복용하더라도 환자의 입장에서는 진료받던 같은 의사에게 계속 받기를 원하는 것도 그 의사와의 신뢰가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 동안 의료 행위를 직접적인 면대면(面對面)의 진료로 국한해온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영토가 좁고 의사가 과잉이어서 어디서나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고가의 장비를 갖추어서 원격의료를 한다는 것은 오진 가능성과 환자-의사간의 신뢰 형성의 장애, 그리고 각종 장비와 같은 자원의 낭비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면적은 넓지만 인구는 적은 지역의 의료 서비스가 문제인 미국조차도 직접적인 진료가 아니라, 환자의 일상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IT산업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예를 들어 1994년 MIT Lab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Guardian Angel 프로그램과 당뇨 환자에게 좀 더 비중을 둔 또 다른 프로그램인 Patient Advocate Project가 그것이다.

Guardian Angel은 ▲ 모든 환자가 항상 의료공급자와 연결될 수 있으며, ▲ 의료기관 사이에 자료를 공유하고, ▲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을 때의 관리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또 Patient Advocate Project는 ▲ 당뇨나 임산부의 건강 관련 이슈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관리하며, ▲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 적절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다시 말해서 환자의 진료를 대체하기 위한 원격의료보다는 가장 효율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e-health의 개발이 타당할 것이다.

e-health의 목적은 ▲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 환자가 스스로의 생활양식을 점검해 생활습관을 개선하며, ▲ 환자에게 제공된 정보를 담당 의료진이 수시로 점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 환자의 상태를 단말기를 통해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점검해 이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하며, ▲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응급구조팀이 최단시간 내에 출동함과 아울러 환자에 대한 정확한 병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관리해줌으로써 만성병의 유병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을 낮춰 개인의 삶을 개선시키고 동시에 사회경제적인 비용 절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IT기술로도 이런 시스템의 개발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런 시스템의 개발은 특정 병원 단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업이 설립돼 의료기관 및 환자들과 계약을 맺는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산업은 우리나라 시장 규모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중동 지방과 같이 넓은 지역에 고소득 층이 많은 나라로 진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전체 국민소득은 아직 낮지만 1000만 불 이상의 재산을 가진 인구가 1억 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직접적인 의사-환자간의 진료가 아닌 e-health를 육성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 현실에도 맞지만, 앞으로 외국에 진출해 우리 경제를 이끌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의료기관간 통신언어의 교류를 가능하게 지원하며, 환자 정보의 보안 문제 및 막대한 초기 비용에 대한 지원 등을 고려하고, 특히 2000년대 초반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의료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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