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완화' 명분 보건의료정책 강행 비판
"이해 당사자가 반대하는 정책은 옳지 않은 정책"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보건의료 분야 규제완화'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올해 투자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말했다.
또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 분야별로 점검하면서, 막혀있는 규제를 풀어 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관련부처 합동 TF를 만들어 이미 발표한 규제완화 정부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원격의료·영리병원 허용 정책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처럼 세계를 제패할 선수를 꾸준히 배출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관련 규제를 풀거나 법을 바꾼다고 할 때, 피겨 스케이팅 전문가나 수영인들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옳은 정책일까?"라고 물었다.
의사뿐 아니라 대다수 보건의료인들이 반대하는 '규제완화라는 이름의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을 정부가 지속하는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규제완화는 목적 달성의 수단이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러나 '규제완화'와 관련된 대통령의 반복된 발언은 앞뒤가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관해 점검할 경우 '규제개혁을 위한 규제개혁'이 전 분야에서 일어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관들이 각 부처 실무 직원들에게 '없애거나 완화가 가능한 규제 목록을 만들라'고 지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지시를 받는 공무원들에게는 서비스산업육성이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규제개혁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노 회장은 "대통령의 발언은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가 아니라, '꼭 풀어야 할 규제는 모두 풀겠다'가 되어야 했다"며 "그리고 무엇이 꼭 풀어야 할 규제인지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이 '규제완화 정부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하고…'라는 말 대신 '관련 전문가 및 이해 당사자들과 신중하게 협의해 이행하고…'라 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려는 의사들의 노력, 의료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사들의 가치 전쟁(value war)이 어떤 식으로든 규제완화를 달성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라며 대정부 투쟁에 대한 각오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12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대정부 투쟁을 위한 단체행동의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