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증가하는데 비뇨기 전공의는 감소"
한상원 대한비뇨기과학회장..수가현실화가 '답'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수련병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차 전공의 지원율이 25%대를 기록하면서 일부에서는 비뇨기과 진료 정지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에서도 전공의 지원 미달사태가 발생하면서 비뇨기과 의사를 배출해야 하는 수련병원들은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대한비뇨기과학회(회장 한상원·연세의대 비뇨기과)는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지원을 제대로 받아 교육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 써주길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굼벵이가 기어가듯 발빠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상원 대한비뇨기과학회장을 만나 비뇨기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앞으로 이같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들어봤다.<편집자주>
Q. 2014년 1차 전공의 지원 결과 비뇨기과 지원율이 가장 낮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가?
비뇨기가 전공의 미달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전공의 지원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학회차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뇨기과는 외과계열보다 수련강도가 낮게 평가됐다. 일반인들도 비뇨기과를 성병이나 발기부전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진료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비뇨기과 환자의 50% 정도가 암질환을 앓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외과계열만큼 힘든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비뇨기과 전문의가 되려면 전립선암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에 대한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개원을 하면 이같은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기피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이처럼 비뇨기과가 가벼운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는 오해, 그리고 전공의 수련과정이 힘든 것, 개원을 해도 수련과정에서 배운 의학지식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전공의 지원율이 낮아지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그동안 비뇨기과 의사들은 어떻게 이같은 현실을 참고 견뎌냈는가?
앞서 얘기했듯이 학회차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고민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동안 개원을 해도 비뇨기과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수술과 치료를 하지 않아도 다른 비급여 진료(피부, 발기부전, 성의학 등)를 통해 수지타산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진료수가가 낮아도 부족한 적자를 다른 비급여 진료로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분야를 다른 진료과에서도 경쟁적으로 뛰어들다보니 형편이 어려워지게 됐다. 무엇보다도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등 비뇨기과 전문의만의 영역이었던 분야를 다른 진료과에서도 관여를 하다보니 설 자리가 더더욱 없어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수련과정에서 배운 의학지식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그동안 비급여진료로 수지타산을 맞춰오다가 다른 진료과와 경쟁을 하다보니 비뇨기과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게 됐다.
Q. 다른 진료과와 진료영역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가?
그런데 반대로 전립선비대증이나 배뇨장애 환자들이 비뇨기과 의사가 아닌 다른 진료과 의사들에게 약물처방을 받으면서 비뇨기과를 찾는 환자의 수가 줄어들게 됐다. 이같은 일이 10년전부터 발생하고 쌓이고 쌓이다가 최근에 폭발한 것이다. 최근 몇년간은 비뇨기과 의사들은 절망적인 분위기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개원가의 경우는 비뇨기과 간판을 내걸지 않는 일이 많아지고 있으며, 폐업을 하는 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3차 의료기관에서는 수련과정이 어려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버틸 힘이 있다. 그러나 2차 의료기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2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뇨기과 의사들은 하는 일이 많은 반면, 낮은 진료수가 때문에 병원 내에서도 찬밥신세다. 다른 진료과보다 비뇨기과 의사들의 월급이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비뇨기과 진료수가가 얼마나 낮은가? 그동안 수가현실화에 대한 요구를 했을 것 같은데.
10년전부터 낮은 진료수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적정한 수준으로 수가를 올려달라고 요구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비급여 진료부분에서 적자를 보전하다보니 안주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전립선절제술의 경우 수술후에도 결과를 지켜보면서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함에도 수술시간·마취시간 등이 다른 진료과의 다빈도 수술보다 짧다는 이유로 수가가 저평가 되기도 한다.
다른 진료과의 수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비뇨기과의 경우 수술은 간단해보이지만 수술후에 의사가 지속적으로 관여해야 할 일이 많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가를 정할 때 고려해달라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학회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정부부처에서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Q. 흉부외과·산부인과·외과·비뇨기과가 대표적인 기피과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흉부외과·산부인과 등에 전공의 지원금을 책정하는 정책을 폈다. 그런데 비뇨기과는 왜 제외됐는지 궁금하다.
당시 흉부외과·산부인과 등보다 비뇨기과가 전공의 지원율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지원정책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반된 결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지원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안정권에 접어든 반면, 비뇨기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비뇨기과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Q. 전문의 숫자를 조정하는 것을 정부 및 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전문의 숫자를 줄인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는데.
학회와 정부는 전문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정부는 2017년까지 전문의 숫자를 현재 107명에서 70여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학회는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70여명 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학회는 갑자기 숫자를 줄이기보다는 서서히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갑자기 숫자를 줄일 경우 수련병원에서의 학문의 맥이 끊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의 숫자를 줄인다고 해서 위기에 놓여져 있는 비뇨기과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는 진료수가가 현실화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비뇨기과 전공의에 대한 정부 지원, 적정한 수가 보전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비뇨기과 전공의 미달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흉부외과·산부인과 처럼 정부 지원을 똑같이 하던가, 아니면 정부 지원이 필요없을 정도로 비뇨기과 진료수가를 현실화 해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이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비뇨기과 질환에 대해서는 다른 진료과가 침범하지 못하게 하고, 비뇨기과 의사만이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밖에 요양병원 설립기준에 필수진료과에서 비뇨기과가 제외됐는데, 인구고령화에 따른 비뇨기과 질환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필수진료에 비뇨기과가 포함돼 비뇨기과 의사들이 설 자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Q. 서울·경기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전공의 지원 미달률이 상당히 높다. 특히 2013년 부산·경남지역에서는 전공의 지원이 '0' 였다. 올해는 어떤가?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1차 지원현황을 보면 '빅5'병원조차 비뇨기가 전공의 미달이 발생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수련병원의 경우 미달률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1월 76명에 이르는 비뇨기과 전공의 2차 모집이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지방에 있는 수련병원의 경우 비뇨기과 전공의 모집 수도 적은데, 아예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수련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지방에서는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하지 못하고 서울·경기지역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하루빨리 문제점을 개선해 수련병원들의 수련교육 및 미래에 닥칠 진료공백을 방지해야 한다.
Q. 학회차원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중에 있나?
전립선암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암 발생률 4위를 기록할 정도로 빈도가 높다. 하지만 비뇨기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전공의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다면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할 의사 부족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비뇨기학문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비뇨기과 의사가 100% 비뇨기과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비뇨기과 전공의에 대한 정부 지원, 그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수가를 현실화 해줘야 한다.
학회에서는 이같은 주장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고 비뇨기과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 및 국회에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사명감을 갖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비뇨기과 의사들을 위해 빠른 정책 결정을 해줬으면 한다. 화분에 있는 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말라가고 있는데 정부는 물을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