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봤다고 10년간 취업제한? 비상식적"

"음란물 봤다고 10년간 취업제한? 비상식적"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4.02.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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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변호사, 아청법 취업제한 규정 위헌 가능성 커
"범죄대상·행위태양·확정형량 따라 탄력적 적용해야"

▲김연희 변호사(법무법인 로앰/가정의학 전문의).
"아청법 취업제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의대생이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소지하고 있다가 아청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대를 졸업한 후에도 의료기관에 일정기간 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무언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이른바 '아청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또 나왔다.

김연희 변호사(법무법인 로앰)는 의료정책포럼 최신호에 기고한 '아청법상 의료인 취업제한 규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변호사는 △취업제한이 되는 기관의 범위와 제한되는 근로형태가 광범위하다는 점 △법의 취지와 다르게 성인범죄의 경우도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한 점 △확정된 형의 경중이나 행위태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취업제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규정한 점 △법 시행이전의 행위까지 포섭하도록 한 점 등에서 아청법 취업제한 규정이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헌법상 기본권 중 하나인 직업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의료행위만을 할 수 없을 뿐 의료기관에서 그 외의 노무를 제공하는 것을 금하고 있지 않으나,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이든 성인대상 범죄이든 형의 경중에 대한 고려도 없이 형이 확정되기만 하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10년 동안 어떠한 형태의 업무도 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며 "이는 의료법상 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보다 더한 제재로, 취업기회의 사실상 박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그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아청법 취업제한 규정은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대상 진료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운영에만 관여하거나 환자를 상대하지 않는 병리과 업무에 이르기까지 의료기관에서 어떠한 행위의 노무도 사실상 제공할 수 없도록 광범위한 제한을 하고 있다는 점, 범죄의 내용이나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업무를 전면금지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불법성에 비해 불이익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법익의 균형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를 자의 경우 그 범죄가 사회적으로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불법성이 크지 않아 공익에 큰 위해를 끼쳤거나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받게 될 불이익은 매우 크다"면서 "이런 경우까지 일괄적으로 포섭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둘째는, 평등원칙 위반 가능성이다.

현행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나 이들을 주로 만나는 특정 직업을 대상으로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교육시설이나 돌봄 시설, 공공주택 관리사무소 등 아동·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특정장소에서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특정장소에서 일하거나, 특정직업의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이다.

하지만 아청법 적용대상인 공공주택 관리사무소와 의료기관을 비교해보자면, 그 내용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경비업무를 하는 자의 경우 제한적으로 공공주택 관리사무소의 경비업무만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다른 곳에서 경비업무를 하는 것은 가능한데 반해, 의료인의 경우 모든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의료인에 있어 그 규제의 범위가 더욱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

김 변호사는 "의료인에게 다른 직업군과 달리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이유가 인간의 신체를 다루는 직업이라는 직업적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시체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다른 여러 직업군들 중 유독 의료인만 차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워,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 차별의 정도도 매우 심하며 차별취급을 함으로써 어떤 공익을 실현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반면 이로 인해 받는 의료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부담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은 행복추구권 침해 가능성이다.

김 변호사는 "법률이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수범자인 국민에게 적어도 어떠한 행위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예측가능하게 해 줄 필요성이 있다"며 "하지만 아청법은 법 시행 이후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까지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해,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고 행위결정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한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들에게는 의료인 업무의 특수성과 성적수치심의 모호성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고, 이러한 우려로 인해 진찰시 신체접촉을 피하고자 충분한 진료를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의사들의 소신진료를 하고자 하는 행복추구권과 환자들의 충분한 진료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논거를 바탕으로, 법령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김 변호사는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강간이나 강제추행,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 학대행위 등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범죄도 있지만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배포, 또는 소지한 행위 등도 포함된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라면서 "의대생이 음란물을 다운받아 가지고 있다가 벌금형을 받으면 으대 졸업 후에도 한참동안 취업을 할 수 없다. 무언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같은 사례는 수 없이 만들어 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법이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법이 위헌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으면서 "현행 아청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법적으로는 아니라고 판단될지 몰라도 사실상 소급적용, 사실상 이중처벌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범죄대상이나 행위태양 그리고 확정된 형의 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치업제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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