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밝혀...향후 T세포 림프종 항암 치료법 개발 기대
국내 연구진이 백혈병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의 하나로 꼽히는 T세포 림프종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밝혀냈다. 고형암과 달리 표준 치료방법이 없는 T세포 림프종의 표적 항암치료법 개발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혁 교수(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공동교신저자)·고영혜 교수(삼성서울병원 병리과/공동교신저자)·유해용 교수(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공동제1저자)·성민경 연구원(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공동제1저자)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삼성생명과학연구소와 삼성암연구소의 암유전체 사업, 광주과학기술원 시스템생물학인프라구축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3월 3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림프종은 백혈병보다 흔한 혈액암으로 간·폐·신장과 같은 전신 조직으로 전이돼 고형종양을 형성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 중 T세포 림프종은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65세 이후의 노년에 주로 발병하고 재발이 많아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이용한 암 유전체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대상 질환이 빈도가 높은 폐암·유방암·대장암·뇌종양 등의 고형암에 집중돼 있다.
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AITL:림프절에서 발생하는 말초 T세포 림프종의 흔한 형태)은 고형암에 비해 유전적·병리적 원인 규명이 어려워 국제적 표준치료방법과 표적 항암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그림 1. RHOA 단백질과 GTP 기질 간의 결합 모델
먼저 AITL 림프종 환자 9명의 검체를 차세대염기서열결정법으로 분석해 체세포 돌연변이의 유전체적 유형을 제시했고, 유난히 빈도가 높은 RHOA 유전자와 CD28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발굴했으며, 공개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이들이 T세포 림프종에 특이적임을 밝혔다.
특히 높은 빈도를 보인 RHOA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대해서는 239명의 림프종 환자에 대해 추가 검증 실험을 수행했고, 그 결과 B세포 림프종에서는 해당 돌연변이가 전혀 없으며, AITL 림프종 환자에서 53.3%의 빈도로 나타남을 발견했다. 즉, 239명의 림프종 환자의 검체에 대한 추가검증을 통해 해당 돌연변이가 T세포 림프종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임을 확인한 것.
이밖에 분자세포생물학적인 기능 규명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한 결과 RHO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세포증식이 활발해지고 암세포가 정상조직을 침범하는 침윤성 등의 발암성이 증가하는 것을 알아냈다.
추가적으로, AITL 림프종 발병의 기전 규명을 위해 본 연구에서 생산된 유전자 발현 데이터에 공개된 발현 자료를 통합해 시스템 생명정보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함으로써 암 발생에 기여하는 주요 세포신호전달 네트워크의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상혁 교수와 고영혜 교수는 "지금까지 소외됐던 T세포 림프종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높은 빈도의 원인성 유전자 변이를 찾고 기능 검증을 수행했으며, 세포신호전달 기전을 제시함으로써 T세포 림프종의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을 제시한 연구여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발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와 세포신호전달 기전의 이해에 근거한 핵심 조절 유전자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약제나 표적 치료제의 개발로 연결돼 앞으로 AITL T세포 림프종에 대한 치료기술 실용화를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RHOA 유전자
Ras 유사 유전자족의 하나로 GTP(구아노신 3인산)에 결합해 이를 가수분해시키는 작은 G단백질의 일종으로, 액틴(미세섬유) 세포골격의 재구성을 통한 세포의 탈부착 조절, 세포주기 조절 및 세포사멸 등의 다양한 신호전달과정에 참여하며 대장암·유방암 등에서 암세포를 활성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