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파업...핵폭탄 장전 됐다

|이슈|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파업...핵폭탄 장전 됐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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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 90% 이상 '찬성' 선택...'빅5' 병원 모두 가세
대표 사퇴 등 난관 불구 '투쟁 당위성' 의지 굳게 보여줘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도 의료계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는 24일부터 진행되는 2차 파업은 전공의 중심의 새로운 투쟁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의 참여는 의료영리화와 원격의료 추진에 대기업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국회,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혹이 제기와 맞물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은 12~13일까지 총파업 투쟁 참여와 관련해 전체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전공의 약 600여명 가운데 90%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전공의 대표가 총파업 투표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병원측의 압박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전공의 대표 사퇴를 두고 삼성서울병원 한 전공의는 "12일부터 13일 12시까지 의료계 총파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전공의들이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중에 대표가 갑자기 사퇴했다"며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병원측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크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공의는 "병원측의 협조가 전적으로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총파업 투표 결과가 파업을 하자는 쪽으로 나올 경우 전공의 대표로서 책임을 지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 결정이 다른 '빅5' 병원들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파업 투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정부의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에서 부터 비롯된데서 찾을 수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계는 박근혜 정부가 의료계는 물론 일반 국민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 재벌에게 특혜를 주고, 서민들에게는 의료비 폭등과 서비스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7년 '유헬스 시대의 도래'와 '유헬스 경제적 효가와 성장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정부에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는 이 같은 우려를 심증이 아닌 확증으로 뒷받침하는 분위기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보고서에는 영리의료법인 허용 전단계로 부대사업 확대, 의료수출, 의료네트워크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매우 닮았다"고 지적하면서 "삼성은 이미 원격의료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 관련 업체를 인수한 상태"라며 삼성 등 대기업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 했다.

이같은 여론이 확산되자 삼성은 이례적으로 "오래전부터 의료기기 사업 등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정부의 특혜를 받고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의사 총파업이라는 사회적인 큰 파장의 배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관에서 봉직하는 신분으로서,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집단행동 의사를 표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24일 예고된 2차 파업에 참여할 뜻을 잇따라 밝히는 와중에도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의협의 파업투쟁 노선에 함께 하기로 결의한 것은 우리나라 전공의들이 체감하는 의료제도의 모순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사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절박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평가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다른 대형병원 전공의들과는 달리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은 교수와 수련의, 기관과 봉직의 관계와는 차원이 다른 그룹 차원의 이해관계, 정치적 상황 등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파업 참여 결정을 내리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90%가 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이 24일 총파업 투쟁에 참여키로 결정함에 따라, 우리나라 '빅5' 병원 전공의들이 모두 파업에 가세하게 됐다. 특히 이들 상급종합병원은 일일 외래환자 수가 7000명~1만명에 달해, 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들의 부재는 큰 사회적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에도 약 400명의 전공의가 파업에 가담했다. 2000년 6월 20일 파업 첫날, 일일 70~80건이었던 수술은 4건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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