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에도 산간 벽지 찾는 이유는 '설레임'

노령에도 산간 벽지 찾는 이유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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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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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이기섭 박사

▲ 제17회 이기섭 박사

매주 목요일, 여든 여덟 미수(米壽)를 앞둔 이기섭 박사는 속초 시내에서 양양읍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직행버스를 타고 양양읍에 도착하면 간호사 1명이 지소장으로 있는 서면보건지소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이 박사는 이렇게 20여 년간 산간벽지에서 무료 진료를 계속해 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 같았다. 오히려 전날부터 마음이 설렌다. 일주일 동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주민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기섭 박사가 제17회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했다.

1913년 황해도 수안 출생으로 1938년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한 이 박사는 1961년까지 이대부속병원장 등을 역임하다가 속초로 내려와 중앙동시장 입구에 내과의원을 개원했다. 그 후 1982년 속초도립병원 외과과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가 설악산 기슭의 양양읍 서면에 속한 4개 마을 주민들을 방문하기 시작한 것은 1983년이었다. 여기에는 작은 계기가 있었다.

이 박사는 고희를 맞아 미국 여행길에 올랐는데, 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비롯해노인들이 무료검진을 받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 박사는 "내가 남은 생애 동안 할 일이 이것이구나"라고 깨닫고는 돌아오자마자 왕진 가방을 챙겨 오지를 찾아 나섰다.

 

산간벽지 사람들에게 이 박사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아픈 곳을 제대로 짚어 약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한 사탕에다 술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소주까지 챙겨갔다. 그러니 산간 주민들과의 관계가 끈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 박사는 한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특히 일본의 한 제약회사가 보내주는 잡지는 그에게 최신 의학정보를 제공해 주는 소식통 구실을 해주었다. "자신은 나이든 의사이지만 의술까지 나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었다.

강원도 산간벽지를 누비고 다닐 때 항상 이름 앞에 '슈바이처'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이 박사는 2007년 12월 25일 향년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속초시는 이 박사의 장례식을 속초시민장으로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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