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기 환자 96% 12개월 이상 생존…항암제 내성환자에 희소식
서울성모병원 주도 10년 연구 결실…'Haematologica' 4월 온라인판 실려
국산 백혈병 치료신약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임상 2상 연구결과가 혈액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 'Haematologica' 4월호 온라인판에 게재, 전세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슈펙트는 전체 성인백혈병의 약 25%를 차지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와 글리벡을 비롯한 기존 백혈병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에 실패한 말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겨냥한 차세대 신약. 지난 2012년 미국혈액학회에 참여한 전세계 혈액종양 임상의 1000명에게도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김동욱 가톨릭의대(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교신저자)·김성현 동아의대(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제1저자) 교수팀은 기존 항암제 치료로 인해 강력한 내성이 생겨 유전자의 일부가 변형된 점 돌연변이를 갖고 있거나, 글리벡 치료에 실패한 22∼75세의 만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77명에게 라도티닙 400mg을 1일 2회 투여한 후 12개월 동안 추적 관찰하는 임상 2상을 진행했다.
임상 2상 결과, 65%(50명)는 치료 시작 후 12개월까지 발병 시점에 비해 혈액 내 암 세포가 10배 이상 감소하는 주요 염색체반응을 보였다. 주요 염색체반응이 24개월 이후까지 유지되는 비율은 87%로 치료효과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전체 환자의 47%(36명)는 필라델피아염색체가 완전히 제거된 완전염색체반응을 치료 시작 1년이라는 짧은 기간내에 얻어 우수하고 빠른 치료효과를 보였다.
치료 후 96%는 12개월 이상의 생존율을 보였으며, 86%는 질환이 급성기로 진행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치료 중 관찰된 주요 부작용은 혈구 감소·피로감·황달 등이었으나 치료 용량을 줄이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하면 부작용이 개선, 안전성도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슈펙트는 2003년 일양약품이 개발, 김동욱 교수팀 주도 하에 전임상·임상 1상 연구를 진행했다. 2011년 11월까지 한국·인도·태국의 12개 대학병원에서 임상 2상을 완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 1월 슈펙트를 글리벡 치료에 실패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슈펙트는 현재 처방되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비슷한 계열의 타시그나·스프라이셀의 미국 약가와 비교하면 약 절반 수준이어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크다.
김동욱 교수는 "국산 신약 개발로 다국적 제약사의 기존 백혈병 치료제의 약값을 낮추는 결과를 이끌어냄으로써 한국이 제일 약 값이 싼 나라가 됐다"며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국내 9개 대학병원 연구진이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만들어 임상연구를 진행함으로써 한국 의학의 위상까지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24개 대학병원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김 교수는 "이미 임상 2상시험을 통해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하지 못해 다른 항암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만성골수성백혈병들에게 우수한 치료 효과를 얻은 만큼, 앞으로는 적절한 복용용량으로 치료율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