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월리엄 워시번 박사
SGLT2 억제제 국내 데뷔 앞두고 방한
새로운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국내 '데뷔'를 앞두고 있다.
포시가는 신약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치료 기전을 가져 당뇨병 진료의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혈당은 물론, 혈압과 체중까지 동시에 잡는 것으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터라 관심도 배가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식약처 승인을 받았지만 한국 의사들은 보험급여가 결정되는 올 9월쯤이 돼야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포시가의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개발자 월리엄 워시번(Wlliam Washburn) 박사를 최근 초청해 의협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워시번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포시가에 대해 "혁명적인 당뇨병 치료제"라며 자평했다. 대부분의 당뇨병 치료제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민감성이나 반응성을 높이는 것에 비해 포시가는 신장에서의 포도당 재흡수를 막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에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 결과, 체중을 줄이는 부가적인 효과도 나타나 관계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글로벌 신약의 개발자를 직접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워시번 박사를 초청한 것은 그만큼 포시가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의협신문이 워시번 박사를 만나 포시가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워시번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BMS 수석 연구원을 역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초 BMS로부터 포시가를 비롯해 당뇨사업부를 인수했다.
개발기간만 11년이다. 포시가를 개발하면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면?
포시가는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04년 종료했다. 개발 프로그램이 7년간 진행됐고 이후 4년이 더 흘러서야 포시가가 세상에 나왔다. 1999년 4월쯤 포시가의 기본 물질이라 할 수 있는 'C글루코사이드'를 만들었다. 프로젝트가 뭔가 진척이 된 것 같아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2001년에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온 해다. 실험결과를 보고 포시가의 출시를 확신할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다.
포시가에 대해 '혁명적'이라고 자평했다.
포시가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아 소변을 통한 포도당 배출을 촉진시켜 혈당을 강하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런 기전 때문에 칼로리가 함께 제거돼 체중이 줄어드는 부가적인 이점이 있다. 포도당을 배출해 혈당을 낮추면서 당화혈색소(HbA1c)를 개선하면서도 베타 세포를 자극하지 않는다.
베타 세포를 보존하면서 정상혈당에 근접해 갈 수 있는 거다.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나 반응성을 높이거나 인슐린 분비량 자체를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작용하는데 반해, SGLT-2 억제제 포시가는 인슐린에 의존하지 않는다.
소변양을 증가시켜 혈압 강하 역할도 조금 나타난다. 체내에 있는 과다한 포도당을 제거해 포도당으로 인한 독성(glucotoxicity)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한국은 최근 비만이나 과체중 당뇨병 환자들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 의료진들은 이런 시점에서 체중감소 효과가 좋은 포시가가 한국에서 출시되는 것이 매우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반응이 있다.
아시아 당뇨병은 서구형 당뇨병과 차이를 보인다. 체중이 서구인에 비해 적게 나가지만 당뇨병이 발생하기도 하고 내장 비만도 심한 편이다. 복부비만 환자가 많고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있지만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며 심혈관계 합병증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비교적 젊은층 당뇨병 환자가 많은 것도 서구와의 차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하면 포시가와 SGLT-2 억제제 계열의 약품 출시는 아시아 환자들의 치료에 여러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장 지방이 많으면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도 증가하는데 포시가는 혈당을 강하하는 동시에 내장지방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내장지방이 감소하면 인슐린 저항성도 줄어 인슐린 반응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시가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는 기전으로 요로나 생식기 감염에 대한 부작용이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간 상승했다고는 하나 0.4% 정도로 통계적 유의성은 거의 없다. FDA나 의료진들이 우려할만한 수치도 아니었던 것 같다. 생식기 감염은 개인의 위생상태와 습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서구에서 더 많은 생식기 감염 환자가 발생했고 개인 위생 상태의 개선을 통해 감염을 줄일 수 있었다. 임상 결과에서도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될 때 곰팡이와 진균 감염 위험이 높아졌으나 표준 항진균 처방으로 대부분 치료가 됐고 재발하지 않았다. 생식기 감염은 여성에게 좀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요로 감염은 생식기 감염보다 더 적게 나타났다.
한국은 DPP-4 억제제 처방 확대가 거센 시장이다. 이러한 추세가 SGLT-2 억제제 출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가 보완재가 될지, 대체재가 될지도 궁금하다.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이 사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메트포르민 하나만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추가적인 약제가 필요하다. DPP-4 억제제·SU·SGLT-2 억제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DPP-4 억제제는 당화혈색소 강하효과가 뛰어나고, 체중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저혈당증 발생 위험도도 낮다.
삭사글립틴이 시장에 출시된 이후 장기적인 심혈관계 안전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와 체중 감소와 혈압 저하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생식기 감염 빈도가 약간 높게 나타난다.
결국 당뇨병 치료는 환자별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 특성에 따라 DPP-4 억제제를 사용할지, SGLT-2 억제제를 사용할지 판단해 개인화된 치료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물론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모두가 SU에 비해서는 장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혈당 강하 효과는 비슷하지만 저혈당의 위험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는 보완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미 포시가가 출시된 독일의 경우를 보면 포시가의 처방량 확대 추세가 DPP-4 억제제 '자누비아'와 비교했을 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DPP-4 억제제가 아시아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포시가 역시 큰 성공을 거둔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시가 출시 이후 SGLT-2 억제제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포시가나 카나글리플로진 외에도, 허가가 예상되는 엠파글리플로진, 이프라글리플로진 등이 출시되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개발자로서 포시가가 그런 약들 가운데 이점에 있어서 가장 우월하다고 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포시가는 SGLT-2 억제제 계열 중 유럽과 한국에서 처음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허가를 받았다. 시장 출시 전 다수의 연구를 통해 기전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동일 계열 약물 중 가장 풍부하고 방대한 임상 경험치를 축적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환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들, 파라미터 측면에서도 가장 풍부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포시가가 SGLT-2 억제제의 기전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동일한 계열의 다른 제제들은 이를 바탕으로 기전이 아닌 화학적 화합물(성분)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포시가의 장점은 바로 임상적 경험치라고 말할 수 있다. 포시가는 안정되고 확실한 4년간의 임상 데이터가 있다. 또 그 결과들을 지난해 발표했다. 이런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들이 의료진이 치료제를 선택할 때 좋은 지표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내 의료진은 최근 글로벌 데이터뿐 아니라 아시아나 한국 데이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향후 아시아인이나 한국인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는 포시가 관련 연구가 있나?
현재 FDA가 요구하는 포시가의 장기적인 심혈관계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에서 진행되고 있다. 포시가가 한국인과 아시아인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임상 근거를 모으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