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정책세미나서 발표..."암진단, 사망률 감소 영향 없어"
"공단이 강요한 3분진료로 의료는 시속 300km 달리는 자동차"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7일 '과잉진단,진료의 현황과 보험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안형식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중요한 질병의 진단은 환자에게 안도감을 주며 삶을 연장시키지만, 모든 검사와 치료는 동시에 위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과잉진단으로 인해 환자들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치료가 이뤄지고,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기는 등 질병을 호전시키기 보다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 교수는 암검진을 예로 들며, 과잉진단을 지적했다.
안 교수는 "암검진은 사망을 예방할 수도 있지만, 과잉진단으로 인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유방암, 흑색종, 갑상선, 신장, 간암의 경우 과잉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정 암세포는 증식하는 속도가 느려 생명에 위협을 끼치지 않지만, 과잉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치료를 실시하게 되고 결국 혜택보다는 위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암진단을 위한 검사는 결국 과잉진단을 유발하지만, 사망률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갑상선암에 대해 1999년부터 2010년까지의 발생률을 보면 10년사이 7~8배 증가했으나, 사망률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의 경우에도 발생률은 10년 사이 1.5배늘었으나 사망률은 변화가 없었다.
이런 과잉진단은 △제약회사 △병원 △언론 △예산 확보 △공기관 검진 캠페인 등이 맞물리게 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제약회사는 관련 질환 의약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시장 확대를 원하고, 병원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언론은 새로운 질병을 광고해 새로운 치료법을 선전하는 등 여러 사안이 과잉진단을 유발하고 있다"며 "현재 과잉진단의 존재와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과잉진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누가 나서서 해야 할지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진단·3분치료, 30년간 공단으로부터 강요받은 결과
토론에 참여한 의료진은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에 대해서 공감을 하면서도, 이런 체계는 공단이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신상원 고대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21세기 의료는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를 빼놓고 진단을 하거나 애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연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환자를 위한 의료가 아닌, 의료를 위한 환자가 될것"이라고 우려했다.
3분진료, 과잉치료 등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서도 언급했다.
신 교수는 "하루에 몇백명의 환자를 보고 수십개의 수술을 해야만 병원이 돌아가는 현실이다. 현재의 의료는 시속 300km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며 "과잉치료에 대한 진단히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면 공허한 의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지난 30년간 공단으로 부터 3분이내의 진료를 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받고 협박받아왔다. 만약 그렇지않을 경우 의료사회에서 도태되고 멸종될 수밖에 없다"며 "돈과 연결되면서 빨리 처방하고, 많은 검사를 진행하고 많은양의 수술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꼬집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안기종 대표는 "조기진단의 경우에는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무분별한 과잉치료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학회나 공공기관이 권위있는 공정한 기준을 정립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