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림프절 절제술 후 적극적 항암방사선 치료'가 적절한 치료법
서울대병원 김선회·장진영·강미주 교수팀, 학계 논란에 종지부 찍어
국내 연구팀이 현 시점에서 췌장암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표준 림프절 절제술'을 한 후 적극적인 항암방서선 치료를 하는 것임을 밝히면서 췌장암 수술 범위에 대한 학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대병원 외과 김선회·장진영·강미주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임상연구를 통해,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표준 수술법을 제시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7.8%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이다. 완치를 위해선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널리 시행되고 있는 수술이 '표준 림프절 절제술'과 '확대 림프절 절제술'이다.
췌장암세포는 췌장 주변의 림프절과 신경을 통해 퍼지는데, '표준 림프절 절제술'은 췌장 주위의 림프절 중 암 전이 가능성이 높은 특정 림프절만 제거하는 것이고, '확대 림프절 절제술'은 췌장 주위의 림프절과 신경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술 범위에 있어서 학계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다. 췌장암은 수술 절제 범위에 대한 표준화가 없어, 병원 또는 의사에 따라 수술의 치료 성적이나 합병증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 또 확대 림프절 절제술은 많이 떼어내는 대신에 난치성 설사, 영양 실조 등 환자의 삶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이 있었다.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 169명을 임상 연구한 결과, 확대 림프절 절제술이 표준 림프절 절제술 보다 암 환자 생존율을 증가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수술 후 합병증만 높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2006년~2010년까지 국내 7개 병원에서 췌십이지장절제술이 예정된 췌장암 환자 169명을 표준 림프절/신경 절제술 그룹(비교군, 83명)과 확대 림프절/신경 절제술 그룹(대조군, 86명)으로 전향적으로 나눈 후, 수술 후 생존율을 비교했다.
연구결과, 췌장암 수술 후 2년 생존율이 비교군은 44.5%인 반면, 대조군은 35.7%로 나타났다. 무진행 2년 생존율도 비교군은 25.2%, 대조군은 19%로 나타났다. 즉, 확대 림프절 절제술이 암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없었다. 반면에 확대 절제 시에는 수술 후 합병증의 발생이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가 생존율을 높인다고 보고했다.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20.8개월인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는 14개월로 나타났다. 특히 비교군 중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의 2년 생존율은 50.7%인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는 2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표준 림프절 절제만으로도 확대 림프절 절제와 동등한 수준의 췌장암 치료 성적을 얻을 수 있음이 이번 연구로 인해 밝혀짐으로써 난치성 설사, 영양실조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확대 림프절 절제술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수술 후 적극적인 항암 방사선 치료가 생존율을 향상시킴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 췌장암의 가장 적절한 치료법은 표준 림프절 절제술 후 적극적인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췌장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학회에 발표됐고, 췌장암 수술 범위에 대한 기존 학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관련 논문은 외과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Annals of Surgery>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