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구 가톨릭의대 교수, 교통사고 동생이어 장유착 앓던 형 수술
카자흐스탄 의과대학을 졸업한 블라디미르(27) 씨는 6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맹장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유증으로 장유착이 발생, 재수술을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장유착과 장피누공 등의 합병증이 잇따라 발생, 상처 부위로 배설물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복통으로 음식물을 삼키지 못해 영양실조 증상까지 보였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의사의 꿈도 포기한 채 실의에 빠졌던 블라디미르 씨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춘 건 한국에 유학 중이던 그의 동생 일리아로부터였다. 지난해 12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장천공·복강내 출혈·복합 골절을 당한 일리아는 대전성모병원에 입원, 김 교수에게 응급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일리아는 퇴원 전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김 교수에게 형 블라디미르의 상태를 설명하며 치료를 부탁했다.
현지에서 보내준 진료기록을 검토한 김 교수는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 블라디미르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국한 블라디미르 씨는 두 차례에 걸쳐 장유착 박리술과 소장부분절제술·장우회술을 받았다.
러시아 상트페테스부르크 의과대학을 졸업한 특이 경력을 갖고 있는 김주미 교수(유방갑상선외과)는 현지 병원에서 보내온 진료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통역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 수술에 힘을 보탰다.
김정구 교수는 "환자를 처음 봤을 때 175cm의 키에 45kg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영양실조 상태가 심각했고,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했다"며 "현지에서 3차례에 걸친 수술 경력과 반복되는 만성적인 장유착으로 수술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현재 장유착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12일 퇴원장을 받은 블라디미르 씨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 있는 유명병원과 유명의사는 모두 찾아다녔지만 치료법을 찾을 수 없어 절망 속에 살아야만 했다"며 "동생을 살린 대전성모병원에서 새 삶을 찾게 돼 감사하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