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 4.0갑상선암 전문가 유감-1cm 도그마 벗어나야

한국의료 4.0갑상선암 전문가 유감-1cm 도그마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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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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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건국의전원 교수, 박정식 연세의대 교수 기고문 반박
"갑상선 초음파 검진 저지해 암 환자 만들어 내지 말아야 할 것"

갑상선암 진단의 유효성에 대한 학계의 논란이 뜨겁다. 조기 진단·수술이 필요하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박정수 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는 <의협신문>에 글을 보내 "1cm 미만 미세유두암이 대체로 예후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작다고 해서 모두 초기암은 아니며, 작은 암이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비갑상선 전문의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조기진단을 통해 수술하게 되면 수술침습도 작고 회복도 빠르고 수술합병증도 적어지며, 수술후 평생동안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하는 불편함이 없어져 환자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글이 본지를 통해 보도된 직후 이용식 건국의전원 교수(이비인후-두경부외과)가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교수는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근거와 설득력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본지는 독자들의 충분한 이해를 위해 이 교수가 보내 온 글 전문을 가감없이 싣는다<편집자주>.

지난 7월 16일 <의협신문>을 통해 미세 갑상선암에 대한 박정수 교수의 기고문을 접하게 됐다.

지난 봄부터 이 문제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갑상선 미세암에 대해 찾아내기 식의 진단과 지나친 치료를 하지 말자는 의사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으리라는 필자의 기대는 이 글을 읽으며 여지없이 무너졌다.

박교수의 글은 갑상선암의 폭발적 증가가 갑상선 초음파 검사로 암을 많이 발견해냈기 때문임을 인정은 하면서도, 동시에 발병 원인을 언급함으로써 교묘히 발견의 논점을 발생의 논점으로 바꾸고 있다. 즉 갑상선초음파가 도마에 오르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방사선 피폭이나 요오드 섭취 등 발병원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이용식 건국의전원 교수(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다른 발병원인들조차 폭발적 증가를 설명하는 데는 궁색하게 들린다. 갑상선암 증가의 원인으로 방사선 피폭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환경방사선은 최근 이십년 동안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요오드 섭취를 원인의 하나로 들고 있는데 맞지 않는 이야기다. 한국인은 하루에 요오드를 0.3mg 섭취하며 섬나라인 일본은 1-3mg을 섭취하는데, 요오드 과잉 섭취가 원인이라고 한다면 일본인들에게서 갑상선암이 더 많이 발생했어야 하지만, 한국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무려 20배나 높다.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을까? 그렇다면 왜 최근 십년 사이에만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일까 설명할 길이 없다. 가족성이 한국이 높은 것도 유전일까? 이것도 한 사람에서 암이 발견되면 온 가족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는 한국적 문화 때문이지 유전적 소인이 있다는 것은 밝혀진 적이 없다. 이 현상도 과잉 검사 때문에 생긴 것이다.

1cm 이상의 암도 증가했으니 단순히 발견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이 없다. 이 역시 초음파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일어난 동반 발견현상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 비만을 한 가지 원인으로 들었는데, 그렇다면 미국처럼 비만인구가 많은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이 더 많은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갑상선암의 폭발적 증가의 원인으로 건강검진 목적으로 시행한 갑상선 초음파가 주목받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으나 미국도 지난 35년 동안 갑상선암이 3배 증가한 것은 초음파 사용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수술과 치료가 증가했지만 사망률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근거로 과다진단, 과잉진료가 이루어졌다고 결론지었다.

근거 없는 추론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은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의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최근 10년간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갑상선암 버블현상은 전적으로 검진 목적으로 시행한 갑상선 초음파 증가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10년 지나도 문제되지 않는 미세암, 일일이 수술해야 할까

미세암은 모두 초기암인가?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실제로 갑상선암은 2cm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전신전이가 증가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2002년도부터는 미국 암분류법에서도 2cm 이하는 초기암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목 부위 림프절로 전이 되는 경우는 많지만 생존에 영향을 미치치 않기 때문에 림프절 전이가 있다 하더라도 초기암이다. 또한 피막 침범과 피막을 넘어 주위 조직을 침범한 경우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자이지 단순히 피막에 붙어 있는 암은 위험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런 경우를 전부 3기로 취급하게 되면 마치 미세암도 상당부분 위험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것도 자료를 해석할 때 조심해야 한다.

잠재암과 미세암은 같은 것일까? 5밀리 이하의 암이 1센치 이하의 미세암과 성질이 다르지 않듯이 잠재암과 미세암도 크기가 다를 뿐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암이다. 다만 잠재암은 그것이 커져서 임상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환자가 다른 이유로 죽게 된 것일 뿐이다.

실제로 잠재암 중 임상적인 암으로 발전한 경우는 0.3%였다는 논문에서 보듯이 (1970, Sampson) 미세암의 경우도 치료하지 않고 관찰만 한 경우 10년이 지나도록 3밀리 이상 커진 경우가 16%에 불과했다고 한다. 잠재암의 발현율이 0.3%에 불과하듯 미세암도 10년이 지나도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잠재암을 일일이 찾아내어 수술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미세암도 일부러 찾아내어 수술하지 말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미세암이나 1센치 이상의 임상적인 암도 크기만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같은 암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9.5밀리 암과 10.5밀리 암이 다른 것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1cm 를 부분 절제와 전절제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동의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미국 내에서도 전국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기준은 갑상선학회 기준과 크게 다르다. 이것을 결정한 의사 중에는 갑상선학회 결정에 참여한 의사가 4명이나 관여하고 있는데도 NCCN 가이드라인은 4cm 까지도 부분절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세암 환자 대부분 생존…위험인자 환자 집중관리해야

박 교수는 재발률과 림프절전이율을 근거로 하여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잠재암과 달리 미세암이 몹시 위험한 암이므로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미세암은 정말 위험한 것일까? 박교수가 제시한 논문을 다시 살펴보자.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60년간 900예 경험을 보면 진단 시 평균크기 0.7cm, 림프절 전이 30%, 원격전이 0.3% 였는데, 갑상선 전절제술 85%, 반절제 15%, 림프절 절제 50%를 해서, 20년 재발률 6%, 40년 재발률 8%, 사망률 0.3% 였다고 한다(Surgery 2008;114:980~8)."

이 논문은 전신 전이가 있었던 0.3%만 사망했을 뿐 일부에서 재발하더라도 대부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미세암은 전신전이나 사망할 위험이 없는 암이므로 전절제나 술후 동위원소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결론으로 하고 있다.

"2011년 미국에서 1만 8445 명의 미세유두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 중 95명이 이 암으로 사망했다고 했으며, 위험인자로는 남자, 45세이상, 갑상선피막 침범, 림프절 전이, 원격전이 등을 들었고, 사망한 환자는 이들 위험 인자 중 2가지 이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Ann Surg 20011;254:653:~660)."

이 논문의 요지도 미세암 환자는 대부분 살고 위험인자를 가진 몇 명만이 사망하므로 그런 환자들만 선별적으로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노구찌 병원은 2070명의 미세암 환자 중 크기가 6~10mm이면 재발률 14%였고, 그 보다 작으면 3.3%라고 했다." 그러나 이 논문의 요지도 30년을 지켜 보았을 때 재발환자는 73명에 불과하였고 재발도 대부분 잘 치료되어 실제 사망환자는 12명에 불과하였으므로 미세암은 거의 죽지 않는 암이란 것이다.

"한편, 수술을 받은 환자와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은 0.4%와 3.5%를 보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사망율이 약 9배 높아진다고 했다. 재발률만 보면 1.6~25%까지 각 보고자에 따라 차이가 많다고 돼있다(Thyroid 2014;24:245~253)."

이 논문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더 놀라운데 미세암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생존률이 96.5% 나 된다는 뜻이니 이런 것도 암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케 하는 자료다. 더욱이 여기서 25년간 수술받은 148명의 미세암 환자 중 오직 한 환자만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데도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환자가 오래 생존하다 보니 지켜보다 보면 재발이 발견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률이 조금씩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것은 작을 때 수술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천천히 자라는 갑상선암의 특성 때문이다.

'갑상선암 버블 주범' 갑상선 초음파 검진 저지나설 때

이제 이런 미세암에서 재발률이 높다느니, 전신전이가 잘 된다느니 하는 식으로 자료를 여기저기서 짜깁기 하듯 나열하여 마치 위험한 암인 양 환자들을 겁주어 수술을 정당화하거나 수술을 받게끔 유도하는 것을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수술이 불요불급한 환자를 수술함으로써 환자가 겪게 될 수술 부작용과 후유증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수술 여부와 수술범위를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치료 방법에 있어서도 미국은 수술을 많이 할수록 외과 의사의 수입이 높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고,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법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1975년 이후로 동위원소 치료를 선호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고 최근의 가이드라인에 힘 입어 전절제술을 추구하는 경향이 다소 과장되어 나타난 것일 뿐 미세암에서 전절제술이 부분절제술보다 좋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도 최근에는 크기에 구애받지 말고 환자와 상의하여 각각의 치료법에 따른 장단점을 잘 의논하여 치료를 결정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2013 토론토 국제 갑상선암 학회 보고서).

또한 미국 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는 한국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은 치료범위에 관한 한 우려할 정도로 편향되어 있으며 독소적 권고사항을 담고 있어 향후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치료자들이 이것을 진료 지침으로 오해해서는 환자에게 엄청난 불행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엉성한 가이드라인 뒤에 숨지 말고 무엇이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치료일지를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앞으로는 갑상선암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갑상선암 버블을 유발하는 주범인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저지함으로써 갑상선암 환자를 더 이상 만들어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치료에 있어서는, 환자들에게 '1cm 도그마'에 사로잡혀 전절제술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갑상선암의 임상양상에 따라 지켜보거나(치료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부분절제술로 갑상선을 보존함으로써 환자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주고 방사성 동위원소가 꼭 필요할 정도로 진행된 경우에만 전절제술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환자들이 여생을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위 갑상선 전문가들이 갑상선암 증가 원인에 대한 진실을 인정하고 환자편에 서서 진료한다면 또다시 갑상선암을 직접 치료하지 않는 의사들로부터 과다진단, 과잉진료에 대한 지적을 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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