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병력조회 계획은 시대 역행하는 인권침해"

"경찰 병력조회 계획은 시대 역행하는 인권침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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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치료 이유로 경찰 채용 배제해서야...전면 백지화 요구
신경정신의학회·의사회·정신보건가족협회·정신장애연대 공동성명서

과거 정신질환을 치료했다는 이유로 경찰 공무원 선발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찰청 발표에 대해 정신 의학계와 의사회는 물론 시민 및 정신장애인 단체까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공무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의 동의를 받아 최근 3년간 정신병력 유무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확인해 선발에 참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의학단체와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한국정신장애연대 등 시민단체는 28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정신보건법의 기본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병력은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 등에 의해 보호받고 있음에도 취업을 미끼로 이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인권침해이자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해 치료율이 15%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치료율이 낮은 상황에서 병력조회를 통해 취업마저 제한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20∼30대 젊은 취업지망생들이 정신질환을 치료받으려 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완치가 가능한 우울증도 치료시기를 놓쳐 최악의 결과인 자살로 사망하게 된다면 경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신경정신의학회는 "경찰청의 부당한 선발기준은 다른 정부기관·공기업·기업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개인의 가장 사적인 치료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경찰청이 이런 식으로 국민건강보험상의 치료력을 공개토록 압력을 가할 경우 환자들은 사이비 의료를 이용하거나 비보험 치료를 요청함으로써 결국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을 치료받지 않는 상황에서 정신병력을 이유로 취업까지 불이익을 주게 되면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마음의 고통 속에서 건강한 삶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정신환자들의 권익이 한치도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차별적인 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발표된 OECD 헬스 데이터 2014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OECD 평균 두 배 수준으로 2005년 이후 10년 동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항우울제 소비량은 국민 1000명당 하루 14.7DDD로 OECD 평균 56.4DDD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낮은 실정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자살률이 1위면서도 항우울제 소비량이 낮은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원인이라며 이번 경찰청의 정신질환자 취업 제한 정책이 치료율을 떨어뜨리는 정신질환자 차별 정책이라고 손꼽았다.

김영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경찰청이 병력조회를 하려는 이유로 총기 휴대에 따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신질환 치료 병력이 국내에서 발생한 다수의 총기사고와 연관이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존재라는 선입견을 국가가 인정하게 되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일반인의 범죄율이 1.2%였던 반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에 벌어진 경찰의 자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발 과정에 정신질환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경찰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발병하기 쉬운 환경에 있는 경찰에게 적절한 도움과 치료를 제공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총기를 관리하는데 지장이 있는 정신적 신체적 문제가 있는 가는 경찰 채용 뿐 아니라 현역 경찰관에 대한 건강검진에서 고려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채용도 되지 않은 지원자에게 총기관리의 위험성과 전혀 관련성이 없는 질환을 포함해 정신병력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사생활 정보를 조사하고, 관리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정신질환 병력을 이유로 경찰공무원 선발에 차별을 주는 계획을 철회하고, 정신질환 병력과 무관하게 경찰 공무원 선발시 인성과 자질을 면밀히 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업무에 적합한 경찰 공무원을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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